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단위:%. 자료: tradingeconomics.com
미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8개월만에 일단 멈췄다. 그러나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아 상승 압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진행하고 있는 금리 인상을 계속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하면서 8개월만에 오름세가 꺾였다. 기름과 식료품값, 임대료를 제외한 핵심 물가지수도 전년 동기 6.2% 올랐다.
미 CPI는 지난해 9월 5.4%를 기록한 후 지난달 8.5%로 1981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이번에 나온 수치는 팩트세트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기대치 8.1% 보다도 높게 나왔다.
AP통신은 미국 물가상승 주범은 높은 유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소비자 휘발유 가격이 지난달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신규 일자리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퇴사하는 근로자들도 3월에 450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고용 환경으로 인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노동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고 있다.
또 미 CPI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주택 임대료는 전년 동기대비 4.8% 오르면서 1980년대말과 1990년대초와 맞먹는 수준을 보였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르카우스카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공급망 문제 때문에 발생하지 않고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CPI 지수 발표에 연준 고위 관리들도 즉시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6월과 7월에 있을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폭 0.5%p을 예고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장은 야후파이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결정된 금리 0.5%p 인상이 앞으로 있을 회의에서도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CPI 상승률에 대해 물가압박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더 지속적임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또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장도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현재의 높은 속도를 유지하면 "(금리)를 더 움직이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미국 CPI는 6월 14~15일 열리는 다음 연준 FOMC 회의 보다 나흘 앞둔 6월10일 발표되며 여기서도 높은 수치를 보일 경우 연준에서 금리 0.75%p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퍼리스의 마르카우스카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서비스업계로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쉽게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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