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오경제발전 5개년 계획
스스로도 인정한 취약한 시스템·기술
건강·식품·저탄소·생물안전 집중 육성
백신 연구개발은 국가안보로 규정
2035년까지 세계 1위 도약 내세웠지만
산업 규모 아직은 美의 3분의1도 안돼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코로나19 의료시스템 격차에 화들짝 놀란 중국이 의료.바이오 분야에서도 처음으로 '굴기(우뚝 일어섬)'를 외쳤다. 의약품.백신.의료장비.건강관리 등에서 선진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산업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바이오자원과 건강 소비시장을 보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바이오경제 부가가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역량 부족은 현재까지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 최고 지도부조차 열악한 자국 의료시스템을 인정했다. 반면 중국은 이를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코로나'의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초강력 통제를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정책을 능가하는 현실적 사회주의 특색으로 포장한다. 따라서 의료.바이오분야 자력갱생은 의료시스템 보완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의 부족분을 채우면서 미국에 맞선 내부 결속용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가안보로 규정한 中백신연구
중국 경제·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조정·통제하는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지난 10일 제1850호 공지를 통해 발표한 '제14차 바이오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1~25년)'은 자국 산업의 현실 인정에서 나왔다.
발개위는 중국의 바이오경제 발전이 큰 성과를 거두고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면서도, 한계를 적시했다. 전염병은 진화하지만 중국 관련 산업은 취약하며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다는 게 발개위 설명이다.
쉬타오 중국과학원 원사는 "국내 바이오경제 발전은 원천적 혁신능력이 미약하고 핵심 기술이 외국의 제약을 받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여기서 나온 것이)중국 최초의 바이오경계 5개년 계획"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발개위는 의료건강, 식품소비, 녹색저탄소, 생물안전 등을 4대 중점 우선 발전 분야로 정했다. 또 의약품, 백신, 첨단 진단·치료 기술과 장비, 생물의약 재료, 정밀의학, 검사·테스트, 생물건강 관리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의약품과 백신이다. '백신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발전'을 사실상 국가안보 강화로 발개위는 규정했다.
발개위는 "백신 연구개발과 혼합·다양한 가격의 백신을 개발하며 새로운 유전자 조작 백신, 치료 백신으로 중중 전염병 대응 능력을 향상 시켜야 한다"면서 "바이오안보는 국가 전체 안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발개위는 바이오분야 1위 기업의 기술과 공급망, 금융서비스를 전체 산업 분야에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제조 등 규모가 크고 파급력이 큰 중점 분야는 세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목별 챔피언 기업을 육성한다. 지방정부는 바이오분야 혁신 창업을 장려하고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첨단과학기기, 의료장비, 신약, 바이오제조 등 분야의 경우 연합체 구성으로 선순환 발전 체제를 구축하고 중대질병 예방과 치료 중심의 병원, 임상의학연구센터 등을 건설하며 바이오제품과 서비스의 표준체계를 완비하라고 촉구했다.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창장삼각주(상하이·장쑤성·저장성·안후이성) 등은 바이오 특별 경제구역으로 키운다.
■2035년까지 바이오분야도 美추월 '굴기'
중국의 '굴기' 선언은 특별하지 않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35년까지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공언을 한 터라 중국 굴기는 반도체를 비롯해 전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상황이 미국의 견제 가속화와 글로벌 고립 공고화에 코로나19 재창궐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바이오경제 굴기'는 기존보다는 다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중국이 자랑하던 제로코로나 봉쇄 정책 곳곳에 구멍이 발견되고 있다. 상하이를 50여일 가까이 봉쇄됐으며 수도 베이징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자국산 백신 효과와 국민 접종률이 우수하다고 홍보한다. 중국산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외국의 평가와는 상반된다.
중국 주재 미국·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지난달 18일 요청한 화이자나 모더나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수입·중국 내 생산을 중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 백신 제조업체인 시노팜이 개발한 오미크론 전용 백신만 임상시험을 승인한 상태다.
이는 결국 코로나19 후폭풍 우려가 현실화되더라도 결코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중국식 사회주의 특색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시 주석 대관식을 앞두고 자칫 외국 기술이 들어간 백신이나 의료 시스템을 들여올 경우 당국의 역량 부족이나 제로코로나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굴기는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 공세에 맞서 자력갱생의 힘을 키우자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제로코로나 봉쇄 정책에 대한 커지는 사회적 반감과 경제 타격을, 굴기를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과정으로 승화시킬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발개위는 "2035년을 내다보면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요구에 따라 중국의 바이오경제 종합강국은 안정적으로 세계 제1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술수준이 선진화되고 산업력이 강하고 광범위한 국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은 美의 3분의 1, 견제도 걸림돌
중국 정부의 바이오경제 강조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은 '건강중국' 정책 목표를 세워놓고 바이오산업을 5대 10조 위안(약 1887조원) 급의 기간산업 중 하나로 성장시키고 있다. 2020년 바이오의약 산업 생산 총액은 1400억 위안 규모까지 도달했다.
또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제약시장이다. 원료의약품 생산 대국으로 다수의 외국 제약기업들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바이오는 신에너지(원자력발전), 첨단장비제조업(우주항공산업), 신흥정보산업(반도체) 등과 함께 7대 전략 산업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중국 바이오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력과 고급 인재의 부족이다. 중국의 의료기기와 의약제품 시장은 중저가이거나 복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첨단·고급은 외국산이다.
여기다 14억 중국인들도 외국산을 신뢰한다.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9년에 중국 의약품 수출액은 173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수입은 2배 이상인 357억 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수출품도 중저가 의약품이 상당수였다.
중국 정부가 부랴부랴 바이오산업 키우기에 나섰나, 부동의 1위인 미국과 비교하면 2위이면서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큐아비아(IQVI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의 바이오의약 지출 규모는 1323억 달러로 미국 4849억 달러와 격차가 크다. 2023년이면 1770억 달러까지 늘어나지만 미국 역시 655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여기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말 중국군의 핵심 의학 연구기관인 군사의학과학원 및 산하 11개 연구기관을 자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명분은 이들 기관이 두뇌를 통제하는 무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지만 반도체처럼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생명공학과 의학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중국은 이를 종교·인종적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술이 이 같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월드 뷰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평가대상 54개국 중 26위에 올려놨다. 2020년 한국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는 1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 5040억 달러(약 647조원)의 2.9%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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