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들 휴게시간 부족 호소
"배차시간 늦어지면 마음 급해져... 운전 험해지고 사고위험 높아져"
노선 변경·복지 체계 확보 필요
15일 오후 6시께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한 버스기사가 청소를 하기 위해 주차해놓은 버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우린 서바이벌이죠. 밥 시간 놓쳤다고 봐주는 게 없어요."
지난 15일 오후 6시께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의 공용 사무실 건물 지하 식당에서 기자와 만난 버스 기사 A씨(55)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기사들은 다들 급하게 먹는 습관이 들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10분 정도 만에 서둘러 식사를 마친 그는 넓은 주차장을 가로 질러 주차해 놓은 버스까지 발걸음을 재촉했다.
■"15분은 법정 최소 시간"
16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부족한 휴게 시간은 고질적 문제다. 피곤한 만큼 다른 버스 기사 보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사고율은 상당히 높다. 전문가들은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노선 변경과 복지 체계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보면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에게 기점부터 종점까지 1회 운행 종료 후 10분 이상의 휴식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운행 시간이 2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15분 이상, 4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30분 이상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시내 버스기사 이모씨(61)는 "쉬는 시간 동안 가스를 충전하는데 6~7분 정도 걸리는데 사람이 몰리면 10분도 걸린다"며 "한 달에 서너번 정도는 시간이 없어 화장실만 겨우 다녀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운송사는 배차 담당자가 있어 배차 간격을 조정하지만 소규모 회사는 꿈도 꿀 수 없다. 소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B씨는 "앞차에 우리가 직접 연락해 늦출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앞차도 차고지에 늦게 도착해 쉬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휴게 시간은 사고로 이어진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0년 시내버스 부상자 수는 5562명으로 시외버스(777명), 고속버스(211명), 전세버스(1334명)보다 많았다. 특히, 2018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버스 운전사들의 휴게시간이 상당 부분 보장되면서 시외버스 부상자 수는 36.4%, 고속버스 48.9%, 전세버스 42.6%로 줄었지만 시내버스 부상자 수는 19.1%만 감소했다.
버스 기사 김모씨(55)는 몇 달 전 승객이 제대로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지 확인을 못해 안전사고를 겪었다. 김씨는 "한번 늦어지면 지체된 만큼 기다리던 승객을 더 태워야 해서 더 느려진다"며 "그러면 마음이 급해지고 운전이 험해지거나 승객들을 확인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노선 조정 기구 설치해야"
전문가들은 노선 변경 등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택영 교통안전환경연구소장은 휴게시간 부족 문제의 원인으로 △버스 운행 시간 △수익구조에 따른 노선 고정 △인력 부족을 꼽았다. 장 소장은 "버스마다 다르지만 간선 버스는 서울시 차량들이 2시간 이상 운영하므로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며 "도로 상황에 따라 제대로 휴게시간 확보를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없으면 시간 간격을 두는 식으로 조정해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조정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시민들과 버스조합,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협업 기관을 만들어서 노선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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