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독점을 막겠다고 꺼낸 카드가 오히려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카카오 등이 시장을 독점, 경쟁구조를 무너뜨려 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간 사회적 갈등문제를 발굴해 민간부분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문화 조성의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할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의견을 외면한 채 권고안을 마련,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운전 서비스 운영사업자(플랫폼)인 A사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위법한 권리 침해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18일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대리총연합회)의 신청으로 대리운전 유선콜에 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협의 중이다. 협의에는 동반위와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대리총연합회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사를 비롯한 대리운전서비스 운영사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안이 협의 권고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권고안은 이달 안으로 확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서비스 운영사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마련한 합의안 권고사항에 '대기업의 유선콜 중개프로그램 업체와의 제휴·투자·인수 금지'를 명시하는 것은 경영상 자율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소업체와 스타트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시장개입이자 영업권 규제라는 것이다.
이는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명 '숙제콜(업체에서 주는 오더)' 등 기존의 관행마저 개선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2019년과 2021년에 이미 대리운전 1, 2위 업체를 인수해 시장점유율이 약 40%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같은 권고안이 시행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겠다면서 오히려 대기업인 카카오 측에 특혜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는 지적이다.
또 다른 대리운전 서비스 운영사인 B사는 당초 대리운전 유선콜에 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신청한 대리총연합회의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운전 서비스 운영사들은 "회사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경영상 자율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검토할 것"이라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잘못된 판단으로 대리운전 업계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기사의 권익과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퇴행적 논의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사회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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