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공식 사과문에서도 '화재' 사고
휘발유 첨가제 제조에 부탄 사용
고용노동부, 현장 작업중지 이어 조사 착수
중대재해법, 외국계 기업 경영자도 처벌 대상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 후세인 알 카타니 CEO가 20일 오전 에쓰오일 온산공장 본관 로비에서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모습이 낯설어 보인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폭발과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 후세인 알 카타니 CEO가 곧바로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중대재해법 위반 조사를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후세인 알 카타니 CEO는 20일 오전 11시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 본관 로비에서 “사망하신 고인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며 미리 준비한 공식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어 부상을 입은 작업자와 불안을 느낀 주변 지역주민들에게도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후세인 알 카타니 CEO가 가장 먼저 사망자와 그 유가족과 관련된 언급을 한 것은 중대재해법과 관련이 있다.
■ 사망자 1명 이상 발생..‘중대산업재해’에 해당
에쓰오일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법률이 정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하는 것으로, 이번 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 3가지 경우를 말한다.
고용부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할 경우 이번 사고는 1명의 사망자와 외에도 중상자 4명에 경상자 5명이 함께 발생했기 때문에 첫째와 둘째 경우에 모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최대주주가 사우디 아람코인 외국계 기업이지만 중대재해법은 속지주의 법리에 따라 외국계 기업의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전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장관은 "치료 중인 부상자에 대한 회복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신속한 사고원인 규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및 울산고용노동지청은 곧바로 근로감독관 등을 현장에 보내 현장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사고수습 및 재해 원인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 19일 발생한 울산 에쓰오일 공장 폭발사고로 현장에서 약 200m 떨어져 있는 사무동 건물 유리창이 깨져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 화재라고 하지만 곳곳은 폭발 흔적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8시 50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온산공장 휘발유 첨가제 제조시설의 정기보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 1명, 중상 4명, 경상 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들 피해자 중 5명은 에쓰오일과 4명은 협력업체, 1명은 경비업체 소속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26명이 투입돼 작업 중이었다.
이번 사고가 시운전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에쓰오일 측은 이와 달리 ‘폭발’을 뺀 화재 사고만을 언급하면서, 정확한 원인은 사고 수습 이후 관계기관 합동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에쓰오일 후세인 알 카타니 CEO도 공식 사과문에서 "휘발유 첨가제 제조시설(알킬레이터)의 보수 작업 과정에서 시운전 중 콤프레이셔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며..."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보수작업은 지난 5월 8일부터 보수 작업에 들어가 지난 18일부터 시운전에 돌입했으며, 19일 시운전 막바지 콤프레이셔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주변 도로를 운행하던 차량 운전자와 인근 온산읍 일부 주민들은 "경주 지진때 처럼 건물이 흔들리고 굉음이 들렸다", 또는 "갑자기 쾅하는 큰 폭발음을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휘발유 첨가제 제조시설이 부탄을 이용해 휘발류 첨가제를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부탄 가스 폭발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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