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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드라마 '임진왜란 1592', 영화 '명량' 저작권 침해…배상 책임"

법원 "드라마 '임진왜란 1592', 영화 '명량' 저작권 침해…배상 책임"
영화 '임진왜란 1592'.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드라마 '임진왜란 1592'가 영화 '명량'에 등장하는 왜선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영화제작사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영화 '명량' 제작사 빅스톤픽쳐스가 KBS와 '임진왜란 1592' 담당 프로듀서(PD)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영상물 배포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KBS가 왜선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한 부분을 폐기하지 않으면 영상을 배포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빅스톤픽쳐스에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영화 '명량'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는 2012년 컴퓨터그래픽(CG) 제작사인 A사에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전함 특수효과 작업을 맡겼다. 이후 A사는 2015년 드라마 '임진왜란 1592'의 특수효과 작업도 맡게 됐다.

빅스톤픽쳐스는 '임진왜란 1592' 방영 이후 "드라마에 사용된 일본군 전함의 디자인은 영화 '명량'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A사를 상대로는 저작권 침해 소송을, KBS를 상대로는 15억원의 손해배상과 영상물 배포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KBS와 담당 PD 측은 "드라마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기초해 적법하게 제작된 것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군 전함이 전함 이미지를 토대로 변형·각색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 만큼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이 A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다소의 수정·증감이나 변경이 가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않은 정도면 복제로 봐야 한다"며 "A사가 제작한 CG 3D 모델링 소스는 빅스톤픽쳐스가 제작한 선박 소품과 비교해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부가됐다고 보기 어렵고, 선박 소품을 3D 그래픽 형태로 그대로 구현한 것으로 이는 2차적 저작물 아닌 복제물에 불과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KBS와 담당 PD가 수사기관에서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이유로 "피고들(KBS, 담당 PD)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A사가 앞서 담당한 영화 '명량'에 사용된 3D 모델링 소스 등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소스가 무단으로 활용될 높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피고들로서는 A사로부터 납품된 영상물을 검수하거나, 방영하기에 앞서 최종 단계에서라도 저작권 침해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군 전함이 사용된 장면이 피고 드라마의 전체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배상 책임을 재산상 손해 1억원과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한편 A사에서 특수효과 작업을 총괄했던 직원과 A 법인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5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