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장면을 확인하고도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수사 경찰관이 "차가 완전히 멈춰 있었던 상태에서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경찰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영상을 봤다고 보고하기 두려웠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차관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이 전 차관 사건을 수사했던 A 전 경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A 전 경사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하고도 보고서에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A 전 경사는 이날 "차가 완전히 멈춰 있었던 상황에서 (이 전 차관이) 멱살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증언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서 차가 완전히 멈춰 있었던 상태를 확인했고, 택시기사가 이 전 차관과의 합의를 통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만큼 이를 별도로 보고하지 않고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종결했다는 취지다.
A 전 경사는 내사보고서 작성 당시 택시기사가 이 전 차관의 폭행 이후 블랙박스에 새로운 메모리카드를 끼워 해당 영상을 찾을 수 없었다고도 증언했다. 택시기사가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자동 삭제되지 않도록 새 메모리를 끼우고 운행을 계속했고, 경찰에는 새 메모리카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A 전 경사는 또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찰로 향할 비난 여론이 두려웠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 전 경사는 "그때 한창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힘 싸움이 많았다"며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많이 두려웠다"고도 했다. 또 "이 전 차관과 택시기사가 합의한 상황에서 '영상 있습니다'라고 언급하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에 "A 전 경사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맞는다고 한다면 '작성된 보고서를 고치지 않은 것에 불과할 뿐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이 전 차관과 A 전 경사의 최후 변론을 듣고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앞에서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목적지를 묻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후 '봐주기 논란'이 일었고, 이 전 차관 사건을 담당했던 A 전 경사는 허위공문서 작성·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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