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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소액대출로 수십배 빚더미..." '내구제 대출'의 덫

대출 약자 옭아매는 '휴대폰 깡'
수십배 빚 떠안고 간접 범죄자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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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소액대출로 수십배 빚더미..." '내구제 대출'의 덫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A씨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휴대전화 소액대출 등 전단과 인터넷 광고를 활용해 내구제 대출 대상자를 모집했다. A씨는 피해자들의 신분증을 받아 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한 뒤 단말기를 대당 70~90만원에 해외로 팔아 수익금을 얻었다. 이 중 60% 상당은 명의자에게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피해자 358명을 상대로 대포폰 527대(총 시가 3억 6700만원 상당) 개통을 중개했다.

경찰청은 지난 25일 신변종불법사금융 중 하나인 '내구제 대출'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내구제 대출'은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란 뜻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만 대출이 안 되는 사람이 휴대전화를 넘기고 일부 현금을 받는 대출 방식 등을 말한다. 이는 '휴대전화 대출', '휴대전화 깡'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범인들은 전단·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에 '급전 필요한 분', '안전한 소액 급전 지급' 등의 광고 글을 올려 대상자를 모집한다.

돈이 필요한 피해자는 광고에 적혀 있는 SNS 아이디 등으로 연락하다가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넘기면 1대당 돈을 융통해 주겠다. 통신료 등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믿고, 개통한 기기당 일부 현금을 받은 뒤 휴대전화를 범인에게 넘기게 된다.

이후 피해자는 몇 달 뒤 통신요금과 소액결제 대금 등이 포함된 수백만 원 상당의 요금을 청구받는다. 본인이 휴대전화를 넘길 때 받은 금액보다 몇 배, 많으면 수십 배가 넘는 금액이 빚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넘긴 휴대전화나 유심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넘겨져 또 다른 피해자들을 속이는데 악용될 수 있다. 사기 피해를 유발하는 데에 내구제 대출 피해자가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셈이다.

피해자가 넘긴 휴대전화는 속칭 대포전화·유심이 되어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기통신사업법은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넘긴 행위 자체를 처벌하기도 한다.

결국, 내구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받은 돈의 몇 배에서 수십 배 이상의 빚을 떠안게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범인을 도와주게 되며 △그로 인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삼중고를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경찰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 U+)와 합동으로 '내구제 대출' 예방 홍보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내구제 대출은 서민과 소상공인을 울리는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로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구제 대출을 포함한 각종 범죄를 뿌리 뽑을 때까지 예방과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불법사금융 범죄와 관련해 1018건·2080명을 검거했다. 이중 대부업법위반은 524건·1209명, 이자제한법위반은 232건·389명, 채권추심법위반은 262건·482명으로 나타났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