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인면수심의 보험사기 사건이 있다. 겉은 '천사'로 보이지만 속은 '사이코패스'로 희대의 보험사기 사건을 벌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남편 2명, 지인의 남편 등 3명의 사망과 직계가족과 주변인들이 장애를 입게 해 보험금을 타먹는 악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주변에서 누구도 A씨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170㎝의 큰 키와 늘씬한 체형, 하얀 피부, 미인형 얼굴, 온순한 말투 등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식돼 있었다. 하지만 검거 이후 시행한 반사회성 성격장애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은 '사이코패스'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A씨는 방화치사상, 중상해 등 9가지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이다.
본래 A씨는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난 1995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상경해 보험설계사로 잠시 일을 했다. 이 때 경험이 보험사기를 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A씨의 범행은 첫 남편 B씨가 대상이었다. 양가 부모의 반대로 B씨와 결혼식을 못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가던 A씨는 사랑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우선이었다. B씨가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싸움을 자주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딸이 세살이 된 2000년 2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A씨는 한달 만에 남편을 피보험자로 4건의 보험에 연달아 가입을 한다. 사건은 보험 계약 후 두달만에 발생했다. B씨에게 우울증 치료제를 먹여 정신이 혼미하게 한 후 옷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시킨 것이다. B씨를 대상으로 한 범행은 사망할 때까지 지속된다.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열심히 간호하며 주변 사람들을 속인 A씨는 퇴원 후에는 주방용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자해로 의심하도록 한다. 결국 B씨는 2002년 3월 잦은 사고로 인한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사망한다. A씨는 약 2년 동안 총 58번에 걸쳐 2억 8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B씨가 사망한 두 달 후인 5월, A씨는 나이트클럽에서 C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6개월 후에 B씨에게 사용한 수법인 수면제를 넣은 음료수를 먹인 후 밀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다. 이 과정에서 똑같이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시켰다.
병원에 입원한 C씨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한 모습을 보인 A씨는 C씨의 가족의 신임도 얻는다. 하지만 뒤로는 혼자 구청을 찾아 혼인신고를 마친다. 하지만 C씨는 치료 중 상태가 악화돼 다음해 병원에서 사망한다. 이 사건으로 부인인 A씨가 보험금 39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사실 A씨는 더 많은 보험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남편 C씨가 일찍 사망해 보험금이 낮아 안타까워했다.
두번의 남편 사망 이후 다음 타깃은 본인의 직계가족이었다. 이들은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두 남편에게 시행해 성공했던 범죄인 '실명'으로 보험금을 타냈다.
A씨는 지난 2003년 7월 고향인 강원도를 찾아 엄마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후 바늘로 눈을 찔러 실명시켰고 11월에는 친오빠에게 불러낸 후 수면제를 술에 타 먹여 잠들게 한 뒤 양쪽 눈에 염산을 넣어 실명시켰다. 이후 가족들의 집을 팔아 개인용도로 사용한 후 이사 날짜가 다가오자 지난 2005년 1월 어머니, 오빠, 남동생에게 수면제를 탄 주스를 마시게 한 후 이불에 불을 붙여 화상을 입혔다. 이 사고로 2억 400만원의 보험금도 수령했다.
방화로 큰 돈을 만진 A씨는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했던 D씨의 집에 방화를 하게 된다. D씨에게 갈 곳이 없다며 잠시 머무르게 해달라고 부탁한 후 수건에 불을 붙여 거실 소파에 던져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D씨의 남편은 사망했고 D씨와 두 자녀는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 사건으로 검거된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두번째 남편과 낳은 세 살배기 아들이 불치병을 앓아 돌볼 사람이 없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A씨는 수사를 받는 중에도 아들의 병원비를 결제하기 위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여자친구 E씨에게 다이어트에 좋다며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시킨 후 신용카드를 훔쳐 병원비를 결제한다. 프로파일러들은 사이코패스인 A씨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기합리화로 범행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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