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물가가 올라도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으로 기관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던 가상자산이 올해 물가 상승 공포에 무너진 증시와 함께 추락하면서 실제 가치에 의문이 일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최근 계속된 증시 하락장 때문에 가상자산의 존재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JP모간 자산운용의 마이클 셈발레스트 글로벌 투자 전략 부문 대표는 17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행운은 용감한 자의 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적었다.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개당 2만9000달러(약 3672만원) 인근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약 58% 폭락한 가격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약 1조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초창기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던 가상자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금리 방향에 상관없이 가치를 유지하는 자산으로 알려지면서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돈줄을 죄면서 무색해졌다. 이달 초 미 경제 매체 CNBC는 가상자산 분석업체 아케인 리서치를 인용해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최근 30일 상관계수가 0.7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의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해당 수치는 2017~2019년만 해도 0.1을 넘지 않았고 2019~2021년에도 평균 0.1~0.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올랐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실제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계수는 -0.45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기업과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증시와 가상자산의 움직임이 비슷해졌다고 보고 있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는 최근 추세에 대해 "비트코인도 그저 또 하나의 기술주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셈발레스트는 물가 상승 공포로 증시가 폭락하자 가상자산 시세도 같이 폭락했다며 가상자산의 위험 회피 기능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비트코인의 일일 거래량 역시 2018~2020년 수준을 밑돌고 있어 비트코인의 통화적 기능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셈발레스트는 이외에도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시장 규모가 제자리에 머물고 있고 대체불가토큰(NFT) 거래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언급하며 "코인베이스는 NFT 거래 대기 명단에 300만명의 사용자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NFT 거래 이후 단 하루라도 NFT 거래가 200건을 넘은 적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75% 추락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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