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불라의 CEO 아담 싱골다
영화 ‘백 투더 퓨처 (Back to the Future)’의 명장면 중에 타임머신 자동차인 ‘드로라인’을 타고 미래로 이동하기 위해 선로를 달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주목할 부분은 불완전한 선로에서 자동차가 미래로 이동할 만큼의 가속력을 얻지 못한다면 미래로 이동하기는커녕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늘날 디지털 광고계에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빅테크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디지털 광고계에서 오랜 시간 활용해온 사용자 추적 쿠키와 인앱 식별 기능을 잇따라 제한하고 있다. 결국 광고주들은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백 투더 퓨처의 드로라인처럼 절벽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플은 앞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 강화를 명목으로 여러 정책을 발표했다. 사용자는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할 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제3자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22년 페이스북의 매출은 약 100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3자 데이터는 지금까지 페이스북 광고의 높은 효과에 기여해왔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최근 일련의 변화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구글 역시 개인 정보 보호 정책를 새롭게 발표했다. 구글은 광고주와 광고 업계를 앞으로도 지원하겠다 밝혔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의 85%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가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이상 그 영향에서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 큰 문제는 구글이 장기적으로 전세계의 시장 점유율 60%를 확보하고 있는 크롬 브라우저의 추적 쿠키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용자 식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축소됨에 따라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은 시간문제라는 전언이다.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용자 식별 정보를 수집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이나 광고주들은 어쩌면 절벽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게 확실해보인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접근 방식 혹은 어쩌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기도 한 문맥을 이용하는 것이 미래 디지털 광고의 유일한 솔루션이다.
문맥 광고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 아닌, 내가 현재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한 광고이다.
사용자 추적이 훨씬 어려워지는 미래에 광고주의 성공을 위해 가장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옵션인 문맥 타겟팅을 이용하면 개인 정보가 아닌 방문 페이지의 문맥에 맞춰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
문맥은 광고주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어느 시장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대신 알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지금 경제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면, 주식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 공원 방문객이라면 아동용품 제품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만약, 홈 인테리어 관련 기사의 구독자라면 주택 개조 제품에 관심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예시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문맥 신호는 구글과 아마존이 광고 사업 개발 및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현재 관심사나 구매하고자 하는 것을 검색창에 직접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맥 신호는 신호를 전달하는 기사 주제, 영상 등을 통해 오픈 웹과 저널리즘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에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관심있는 내용들은 꾸준히 읽고 있기 때문이다. 문맥 광고에 대한 투자가 최소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그렇다면 광고주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6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다양한 오픈웹 시장은 모두 문맥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초점보다 사람들이 현재 무엇을 읽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알고 타겟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에이전시와 미디어 바이어들과 이에 대해 얘기하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문맥 광고를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객에 대해 알아가고, 또 그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구축하려는 시도가 지속되야 한다.
10년 후에 사람들은 개개인의 정보를 추적하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마치 우리가 20년 전 비행기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는게 아무렇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문맥으로 이루어진 프라이빗한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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