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건 심사단계·2건 접수상태 계류
금감원 권한조정·분쟁조정원 설립
판매과정 보강·고령층 교육 등 제안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021년 3월 시행 이후 6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고 금융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이는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 규제'를 전 금융상품으로 확대하고, 금융사가 이를 어길 경우 관련 수입의 50%까지도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5월 31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금소법 시행 이후 발의된 금소법 개정안은 6건이다. 이 중 4건은 심사 단계에 있고 최근 발의된 2건은 접수 상태로 남아 있다. 내용면에서는 크게 금융 분쟁 해결 관련 기관에 대한 개정안,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사 책임을 강조하는 개정안,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및 보호를 강조하는 개정안이 각각 2건씩이었다.
먼저 윤창현 의원안과 이정문 의원안은 금융 분쟁 관할 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윤창현 의원안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역할분담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일반 법인에 불과한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검사권, 금융회사와 임직원에 대한 제재·징계 요구권 및 권한을 모두 갖고 있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개정안은 금융감독원은 감독업무 전문기관으로 조사·검사 업무에 집중하고 다른 권한은 금융위원회로 환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지난 3월 발의된 이정문 의원안은 이에서 나아가 금융분쟁 관련 조정 및 중재 업무를 담당하는 독립 기관 '금융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사고나 관련 분쟁은 증가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인력 부족 등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금융회사가 거부하는 일이 많아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희곤 의원안과 윤관석 의원안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는 방안을 담았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김희곤 의원안은 방문판매나 전화권유판매로 금융상품을 계약한 소비자까지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방문판매나 전화권유판매를 하려는 경우 해당 임직원 명부를 작성하고 소비자가 그들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소비자가 원치 않는 경우 연락을 거부할 수 있고, 야간 방문과 연락도 금지하는 내용 등도 포함한다.
이어 지난해 12월 발의된 윤관석 의원안은 채무자 유가족의 '빚 대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대출 상품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때 대출 상품과 직접 관련이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 효과가 있는 보장성 상품을 함께 권유하는 행위는 부당 권유 행위의 예외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로써 갑작스러운 부모 사망으로 빚을 떠안게 된 미성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발의된 2건의 개정안은 고령의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홍성국 의원안은 65세 이상 고령 금융소비자가 나이를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당하는 것을 금지하고, 금융위원회가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분쟁 발생 시에도 대상이 고령 금융소비자인지 여부를 따져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상헌 의원안도 금융취약계층인 고령 금융소비자를 고려해 이들의 권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원회는 고령 금융소비자를 위해 교육 등 정책을 수립하고, 금융기관은 내부통제기준에 고령자의 편리한 금융생활 지원과 금융피해 방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게 하는 법률 등이다.
다만 이 같은 개정안에 일각에서는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입장과 현행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개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독립적 금융분쟁조정기구 설립 등을 주장하는 이정문 의원안에 대해서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면 금융회사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하고 제도를 악용하는 악성 금융소비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금융소비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홍성국 의원안에 대해서는 "고령금융소비자에 대한 규제 강화는 고령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도입 초기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적응 과정을 거쳐 잘 운영되고 있다"며 "금소법 도입으로 은행 영업환경이 바뀌었는데 방문판매 관련 보완 입법은 소비자 보호에 도움되는 방향인 것 같다"는 입장도 전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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