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1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21세기 경제협정'으로 불렀다. IPEF는 "지속가능한 포용적 경제성장을 달성할 잠재력이 있는 협의체이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상호 안전과 번영으로 연결된 탄력적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약속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목적과 내용이 공약 면에서 많은 것을 함축한다.
이 협정을 보면 미국 정부의 기획 과정이 전보다 더 진지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철수 과정은 외교, 평화 유지에서 많은 허점을 보여줬다. 러시아와 중국도 경쟁자를 제압하려는 욕구에 있어서 이런 미국의 약점을 잘 감지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질서의 쇠퇴, 세계인권과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독재질서의 부상에 일조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비극을 보면 아시아나 인도태평양 지역도 이 사태에 대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다. 이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시아나 인도태평양도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제규모가 러시아의 10배에 달하는 중국이 주변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심각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회의체) 및 IPEF 정상회의가 중국을 언급하지 않은 채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강조하면서 경제, 과학·기술 역량을 활용한 안보주도권에 포커스를 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적 방한은 미국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명시했고, 그것이 한국의 국내정치 상황과도 맞아떨어졌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할 인도의 급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는 "인도를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파트너 중 하나로 만드는 데 미국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발언은 특히 인도가 러시아를 비난하는 데 상대적으로 침묵한 것을 알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이미 약속한 58억달러 외에 인도에 40억달러의 투자지원을 고려하고 이 중 29억달러는 코로나19 백신 제조, 의료, 재생에너지, 금융·기반 시설에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국가는 국익을 우선순위로 하고 글로벌 문제에 대응한다. 경쟁국가에 대한 관용의 '레드라인'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계속 변화한다. 오늘날의 국제 동맹관계에는 충성보다 설득력 있는 기능적인 공동이익 대변이 더 필수적이다. 좋은 동맹을 위해 적을 만들기보다 이미 현존하는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도쿄 회의는 이 지역의 파트너십이 전략적으로 기민하고 신중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변하는 현실을 활용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했는데, 그 포용력이 얼마나 허용될지 또 새로운 시험대에 설 것이다. 앞으로 세계경제 흐름과 미국의 기술적인 경제약속의 정도가 어떤 논쟁을 야기하고, 그것이 미래 전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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