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영 파운드, 신흥국 통화 특성 보여" BoA

[파이낸셜뉴스]
"영 파운드, 신흥국 통화 특성 보여" BoA
영국 파운드화가 브렉시트 후유증과 영국의 정책 정치쟁점화 속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점점 신흥국 통화 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BoA가 5월 3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로이터뉴스1

영국의 성장률 둔화와 투자자 이탈, 정책 정치쟁점화 등으로 인해 영국 파운드화가 '신흥국 통화' 지위로 추락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경고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유증이다.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BoA 주요10개국(G10) 외환 담당 선임전략가 카말 샤르마는 전날 분석노트에서 한 때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했던 파운드가 이제 외부 변동에 민감히 반응하는 신흥국 통화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파운드, 브렉시트 후유증 시달려
유럽시장에서 파운드는 올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7% 가치가 하락했다. 파운드당 1.26달러를 약간 밑돌던 가치가 5월 초에는 1.22 달러까지 떨어졌다.

파운드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급망 차질, 경기둔화 우려 속에 추가 하락을 노리고 투자하는 공매도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샤르마는 파운드 약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영국은행(BOE)의 통화긴축 정책에 대해서도 다른 평가를 내렸다.

연준의 긴축은 인플레이션에 대항하기 위한 것인 반면 BOE의 긴축은 브렉시트 충격에 따른 대응이라는 것이다.

샤르마는 BOE가 맞닥뜨린 과제는 다른 중앙은행들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이라면서 BOE는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후유증과도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영국 인플레이션이 단순히 팬데믹 이후의 일반적인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브렉시트에 따른 공급 차질까지 겹친 악성이라는 것이다.

샤르마는 그 후유증으로 BOE는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는 와중에 금리를 올리고 있다면서 이는 통화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은 통상 통화가치 상승을 부르지만 BOE가 지난달까지 4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음에도 파운드는 하락하고 있다.

그는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흐름이 단기적으로 완화된데다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이 파운드 하강에 숨 돌릴 틈을 주기는 하겠지만 오래 가기 어렵다면서 파운드 전망은 어둡다고 강조했다.

영, 외국인 투자 급감
샤르마는 파운드 비관 전망의 핵심 요인으로 외국인 이탈을 꼽았다.

영국 국제순투자지수(NIIP)가 최근 수년 외국인 이탈로 크게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부동산, 주식 등 영국 자산시장의 큰 손이다.

NIIP는 외국인이 해당국 자산을 소유한 것과 해당국인의 외국 자산 소유 규모간 차이를 나타낸다.

샤르마는 투자자들 사이에 영국 파운드는 신흥국 통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면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시기였던 1970년대 당시와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국에서 정책 이슈들을 '정치쟁점화'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파운드가 신흥국 통화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BoA는 영국 정부의 정책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으면서 파운드 역시 국제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게 중심은 유로
샤르마는 이와 달리 유로 가치는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낙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침체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사정이 영국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연구 공동 책임자 조지 사라벨로스도 같은 전망을 내놨다.

사라벨로스는 5월 31일 CNBC와 인터뷰에서 BOE가 금리를 올리는 것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하는 효과는 다르다면서 유로존 경제가 영국 경제보다는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유로가 올해 달러와 파운드 모두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