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경남 교육감 당선자 "이념보다 교육 정책 강조"
노옥희 울산교육감 후보, 아이 중심의 정책으로 승부
보수 후보들 이념 앞세워 지지 호소, 학부모들은 외면
김주홍 울산교육감 후보가 지난 5월 19일 오전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좌파’, ‘전교조 OUT’ 등으로 색깔론을 앞세웠지만 울산시민들의 선택은 전교조 울산지부 초대 지부장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수석본부장까지 역임했던 노옥희 현 교육감이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후보는 지난 1일 울산시 선거인수 94만1188명 중 49만1851명이 투표에 참여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득표 26만6647표 득표율 55.03%로, 21만7863표 득표율 44.96%에 그친 상대 김주홍 후보를 10% 이상 앞서며 여유 있게 승리했다.
■ '보수 vs 진보' 맞대결 프레임에 갇힌 교육감 선거
이번 울산시교육감 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1대1 맞대결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이념색채와 앞선 대선 결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우리 아이들만 바라본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노옥희 교육감의 재선으로 마무리됐다.
6.1지방선거에서 울산은 한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린 대선의 바람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울산시장 외에도 구군 기초단체장 5곳 중 4곳에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두겸 후보는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되자 울산시장 선거를 "무능한 좌파와의 싸움"으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옥희 후보에 맞서 출마한 보수 성향의 김주홍 후보도 이에 편승하는 듯 색깔론을 전면에 앞세웠다. 특히 "이념편향적인 전교조 교육에서 울산지역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초대 울산지부장 출신인 노옥희 후보를 직격한 것이다.
상징색도 국민의힘과 같은 붉은 색을 주로 사용하고 '보수후보 단일화' 과정을 통해 보수세력의 결집을 촉구했다. 여기에 노옥희 후보의 교육 정책에 반대해 온 특정 종교 지지자들과 관련 학부모단체까지 힘을 보탰다.
중도·보수 성향의 김상권(가운데) 경남교육감 후보와 하윤수(오른쪽) 부산교육감 후보, 김주홍(왼쪽) 울산교육감 후보가 지난 5월 18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정책연대를 공식 선언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상권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사진=뉴시스
색깔론은 부산,경남 교육감 선거로도 확대됐다. 김주홍 후보는 지난 5월 18일 부산과 경남 보수 후보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좌파교육 이제 그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치색과 거리 멀어진 교육감 선거
하지만 울산시민은 노옥희 후보를 선택했다. 경남에서도 전교조 교사 출신의 진보 성향인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3선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 후보는 김 후보와 달리 지금까지의 성과와 미래교육 정책으로 학부모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물론 선거운동 막판 색깔론 공세가 거세지자 직접적인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노 후보는 “정책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수만 외치고 또 정치 세력에 기대서 선거운동을 하는 데, 누가 이념 편향적인지는 우리 시민들이 잘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노 후보는 교육감 취임 후 초반 고전을 했지만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왔다. 직무평가 여론조사에서도 중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첫 발표된 지역방송사의 첫 여론조사에서도 김주홍 후보보다 크게 우세했고 마지막 방송3사의 여론조사에서도 노 후보가 36.5%, 김 후보가 27.7%로 노 후보가 우세를 점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 후보가 2일 새벽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노옥희 후보 캠프 제공) /사진=뉴스1
■ "전교조 선생님이 어때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공세가 교육감 선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며 “그동안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노옥희 교육감의 정책이 평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온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한 학부모는 “학생시절 전교조 선생님들을 접했을 때 나쁘지 않았고, 학부모가 된 입장에서도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무작정 전교조 OUT을 외친 것은 너무 정치색만 강조한 것 같아 싫었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계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앞으로는 직접 자녀 교육과 관련 있는 학부모나 예비 학부모, 교육계 종사자들만으로 치러지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에서 교육과 거리가 먼 나이 층이 나서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거부감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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