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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드마크 공식으로 알콜농도 계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대법 "위드마크 공식으로 알콜농도 계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대법원 전경.©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음주량과 체중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콜농도를 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은 명확한 수치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1일 하루 동안 두 번의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오후 3시 반쯤 전북 정읍시 한 아파트에서 식당까지 약 14㎞ 구간에서 술에 취해 차를 운전했다. 이후 또 술을 마신 그는 같은 날 오후 5시께 셀프세차장에서 약 4㎞ 구간에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검사는 A씨에게 2차 음주운전 직후 측정한 혈중알콜농도 0.170%를 기초로 2회 이상 음주운전죄로 기소하고, 1차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A씨가 진술한 술 마신 시간과 양, 체중 등을 기초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0.041%의 혈중알콜농도를 적용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술을 마신 직후 음주측정을 하지 못했을 경우, 술을 마신 시간과 양,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 수사 기법이다.

1심은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문제는 항소심 과정에서 불거졌다. A씨는 2심 과정에서 첫번째 음주운전 당시 1차 음주 마친 시점이 검찰이 기소한 오후 1시 10분이 아닌 12시 47분 쯤이었고 자신의 실제 몸무게도 72㎏가 아닌 74㎏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다시 적용하면 1차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콜농도는 처벌기준인 0.03% 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오후 1시10분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보고 혈중알콜농도 0.0515%로 추산해 A씨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 당시 혈중알콜농도를 추정하는 경험칙의 하나이므로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시각, 체중 등에 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만약 알코올의 양 등이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토대로 혈중알콜농도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하는 체중이나 술의 양, 음주 시각 등의 수치가 명확하지 않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계산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대법원은 명확한 반대 증명이나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알콜 분해·소멸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주를 끝난 시점이 아니라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는 진술 등에서 확인된 음주 시작 시점인 오후 12시부터 알콜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A씨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혈중알콜농도가 0.028%로 처벌 대상이 아니게 된다.

대법원은 1차 음주운전 혐의가 배척되는 이상, 2번의 음주운전으로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한 원심은 잘 못 됐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