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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울증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과 극단선택을 약속한 뒤 이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우울증 관련 한 채팅방에서 B씨를 처음 알게 됐다. 극단선택 관련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함께 만나 극단선택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첫번째 시도는 무산됐다. B씨가 A씨를 만나기 전 극단선택을 암시하는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 이를 본 B씨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이 B씨를 찾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같은 날 오후 한 공원 화장실에서 B씨를 다시 만나 극단선택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건넸다. 하지만 인근을 수색 중이던 경찰관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면서 이들의 두 번째 시도 역시 미수에 그쳤다. 결국 A씨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살방조의 고의가 전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로부터 건네받은 물건을 이용해 극단선택을 시도할 위험성이 충분했다"며 "애초부터 B씨의 계획을 듣고 B씨와 함께 극단선택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B씨를 만나러 온 A씨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된 B씨가 우울증으로 극단선택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B씨의 계획 실행을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한 것이므로 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다른 한편으로 A씨는 이미 극단선택을 결심하고 있던 B씨의 부탁을 받고 이를 거절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일 뿐,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B씨에게 이를 권유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B씨의 부모가 A씨의 선처를 바라고 있고, B씨의 행위가 미수에 그쳐 생명이 침해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이제까지 어떤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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