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최하영이 5일(현지시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직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 1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한때 별명은 '콩킹'이었다. 콩쿠르의 왕, 그러니까 그만큼 콩쿠르에 많이 출전했던 이도 없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미국 유학 중 우승을 따낸 콩쿠르가 무려 8개나 된다. 상을 받지 않은 대회까지 합치면 출전 횟수는 셀 수도 없다. 그 많은 콩쿠르 출전 동기는 "상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상금으로 그는 미국에서 살던 집 월세를 냈다.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북미 최고 권위의 피아노 대회다. 선우예권은 여기서 한국인 첫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며 국내 유명인사가 됐다.
음악 콩쿠르 도전은 세계 무대 등용문으로 더 많은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협연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콩쿠르는 연주자들에겐 진심으로 붙잡고 싶은 기회다. 기량을 확인한 유명 공연 에이전트의 섭외 리스트에 입상자들 이름은 상위 순번으로 뛰게 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역시 국내에서 이미 절정의 연주자로 각광받던 시절에도 꾸준히 콩쿠르 문을 두드렸다. 손열음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했다. 함께 출전했던 열일곱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그때 3위였다. 돌풍의 시작이었다. 4년 뒤 쇼팽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조성진은 그 후 국내 클래식 저변을 폭발적으로 넓혔다. 그 신드롬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세계 3대 클래식 음악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 첼로 연주자의 첫 우승 낭보가 전해졌다. 첼리스트 최하영이 5일(현지시간) 새벽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수상자 발표에서 1위로 호명됐다.
후원자 벨기에 왕비의 이름을 딴 이 콩쿠르는 피아노, 첼로, 성악, 바이올린 부문이 한 해씩 차례로 돌아가며 열린다. 첼로 부문은 2017년 신설됐다.
그간 바이올린, 성악 부문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고 그외 입상도 여러 명 된다. 최하영의 우승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첼로의 위상을 새롭게 보여준 쾌거로 볼 만하다. K팝, K영화에 이어 K클래식도 세계 무대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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