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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국민은 포퓰리즘을 심판했다

[구본영 칼럼] 국민은 포퓰리즘을 심판했다
6·1 지방선거가 새 여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네거티브 공세가 판치던 대선 때에 비해 유권자를 향한 구애 경쟁이 뜨거웠던 선거전이었다. 특히 3·9 대선에서 져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을 주도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딴판이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시민 1인당 1년 내 10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심지어 유권자에게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장실로 찾아오라"고 했지만, 오세훈 시장에게 대패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공짜 전기',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의 '어르신 버스비 무료' 약속에도 유권자들은 끝내 심드렁했다.

인천 계양 국회의원 보선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대선급 공약을 내놨다. 김포공항의 인천공항 이전·통합과 인천·서울 강서·경기 김포를 아우르는 수도권 서부 대개발 약속이었다. 무연고 지역에 검경수사를 피하려 '방탄 출마'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던진 승부수였다. 송영길 후보와 정책협약으로 판을 키우면서다.

그러나 '이재명·송영길 듀오'의 회심의 카드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 후보는 무명의 윤형선 후보를 가까스로 이기고 살아남았다. 반면 서울·인천 시장은 물론 김포공항과 관련 있는 서울 강서구청장과 김포시장은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지방선거 완패 후 민주당 안에서 "당은 죽고 이재명만 살아남았다"는 불만이 폭발한 배경이다.

경기지사, 대선후보를 거치면서 전 도민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공약으로 재미를 본 그였다. 그러나 예산 퍼주기가 핵심인 '이재명 매직'은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조짐은 김포공항 이전이란 뜬금포를 쏠 때부터 감지됐다. 말이 이전이지 폐항으로 비치자 당시 제주 등 다른 지역 민주당 출마자들도 반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조차 부정적이었다. 그 틈을 국민의힘이 "제주경제 완전박살"이라는 구호로 파고들었다.

이에 이 후보는 "탄소중립"이니 "항공기 수직이착륙 시대"니 하는 방어논리를 끌어댔다. 하긴 현재 여객기가 아닌 미군의 수직이착륙기(오스프리)가 있다. 다만 소수가 탑승하는 '기름 먹는 하마'라 탄소절감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이를 운용하는 미군·일본 자위대 사이에 나도는 '과부 제조기'란 별명에서 보듯 사고도 잦다.

송 후보도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는 이들을 위해 KTX를 해저터널로 연장할 수 있다"고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이 또한 단체장 임기 안에 불가능한, 요원한 과제였다. 두 후보 모두 전국의 잠재적 이용객에게 '폐항'의 불합리성만 각인시킨 꼴이다.

우리 선거사를 통틀어 늘 표퓰리즘 공약은 난무했다. 지역 유권자를 겨냥한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지방 유권자를 홀리려는 신야권의 인기영합성 공약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업적 없이 오만과 위선으로 '내로남불' 낙인이 찍혔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개별 유권자들은 달콤한 당의정 공약에 솔깃했을 법하다. 다만 유권자의 총합으로서 국민의 집단지성은 수도권 서부 대개발 공약 등의 비현실성을 알아채 버렸다. 어느 정당이나 후보의 승패와 당락을 떠나 국민이 '아니면 말고'식 공약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