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리 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해 9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개리 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8일(이하 현지시간) 기울어진 주식시장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개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uneven)' 따라서 이들에게 불공정하지만 증권사 등 기관에는 유리한 주식시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젠슬러 위원장은 이날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가 뉴욕에서 주최한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SEC에 관행 시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젠슬러가 제시한 개혁 방안 가운데는 개미투자자들의 주문을 증권사간 경매로 처리하는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로빈후드 같은 '수수료 제로' 또는 아주 저렴한 수수료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주식거래 사이트, 또는 온라인 증권사 등은 고객들의 주문을 모아 대형 증권사에 보내고 이들에게서 수수료를 받는다. 이른바 '오더 플로 지급(payment for order flow)'이라고 알려진 관행이다.
도매 주식 거래업체들인 이들 대형 증권사는 로빈후드 등을 대신해 대규모로 묶어 주문을 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주문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문을 낼 수 있다. 이해상충이 빚어질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젠슬러는 "우리의 현 국가 시장 시스템이 투자자들에게 가능한 공정하고 경쟁적인지...확실치 않다"면서 "소매(개미)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계획이 아직은 초기 단계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더 들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증권업계에 대한 엄중한 경계를 곁들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금융업계 종사자들을 향해 "우리(SEC)는 3억3000만 미국인들을 대표하지만 여러분들은...솔직히 여러분들의 수입을 대표한다"면서 "우리는 아마도 관점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등의 의견을 일부 수렴할 수는 있겠지만 기관에 유리하도록 짜인 지금의 주식시장 구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날 젠슬러가 제시한 방안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것은 주문을 매번 경매로 처리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경매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개미투자자들의 주문을 어떤 증권사가 처리할지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경매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개미투자자들의 주문 90% 이상이 일부 대형 도매 주식 거래업체들에 보내진다.
도매 주식거래 업체들은 시장 호가보다 조금 더 좋은 가격을 약속하고 있지만 젠슬러는 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쟁없는 가격 개선이...반드시 최선의 가격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건네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본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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