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曾以琳)의 친구들 최진(왼쪽부터), 박선규 씨가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가해자 김모씨의 상고심 선고공판 참관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 20대 대만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50대가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헌법재판소의 '윤창호법' 위헌 결정으로 두 번째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기존에 선고된 형량이 유지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11월 6일 서울 강남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했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두 차례 받았던 A씨는 당시 혈중알콩농도 0.0079%로 만취상태였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반복된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헌재가 지난해 11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파기환송 이후 다시 진행된 2심도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상 환송 전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재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윤창호법 위헌 판결로 적용되지 않음에도 동일한 형인 징역 8년을 선고한 것이 A씨에게 불이익을 준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형사 소송에서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이에 따른 판결이라는 취지다.
즉, 원심에서 인정된 범죄 혐의 일부를 무죄로 인정했음에도 같은 형을 선고해도 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피고인 만이 상고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 환송 후 원심 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라며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원심 판결이 A씨에 대한 공소 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환송 전 원심판결과 동일한 징역 8년을 선고한 데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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