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 사용 증가로 수급 불안이 예상되면서 8일 일본 정부가 7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했다.사진은 일본 경제산업성. 사진=AP뉴시스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7년 만에 전 국민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했다. 8일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은 '실내온도 28도'를 지침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에어컨과 TV도 한 집에 한 대만 켜자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의 적정 여름철 실내온도는 25~26도다. 한반도보다 습한 일본 열도라 이보다 높은 기준을 권장한다는 건 전력사정이 간당간당하다는 뜻이다.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냉장고 온도설정을 '강'에서 '중'으로 바꾸라"는 등 '깨알' 절전 가이드라인을 적시할 정도로. 이는 노후 화력발전 셧다운 등 여러 사유가 겹친 까닭이다. 물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동 중단했던 원전의 재가동 지체는 근본적 요인이다.
일본의 곤경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선 제조업 강국인 한일 모두 지난 수년간 탈원전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에 불리한 지리적 환경도 공통분모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목표 이행을 놓고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최근 유럽국들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위기를 맞았다. 다만 한일에 비해 강도는 낮다. 제조업 비중이 낮은 데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태양광·풍력 인프라를 갖고 있어서다.
'귤이 회수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지난 일본 정부가 연중 바람과 일조량이 고른 북·서유럽과 여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함의다.
결국 일본이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맹신해 성급히 탈원전 가속페달을 밟은 대가를 이제 와서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혹서기에 실내온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된 일본의 궁박한 처지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다. 속히 기존 원전 수명연장 등 안정적 에너지 수급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에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