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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로 결국 사망한 근로자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1차 협력사 직원이었던 A씨는 2019년 12월 업무용 차량으로 경기도 아산시에서 진행된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중앙선을 침범한 사고로 사망했다.
A씨 유족들은 2020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사고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A씨 사망은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라는 범죄행위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급여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근로자 잘못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 사건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의 경우, 급여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법 위반 행위를 했다는 사정 만으로 이 사건 법 조항의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했음을 고려하면 A씨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은 운전자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며 "산재보험법 조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정 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하면 안된다"고 봤다.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다 발생한 교통사고가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면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았고 수사기관이 위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통 법규 위반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산재법상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며 "교통법규 위반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산재법상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근로자 보장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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