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천문학회, 전국 8곳에서 관측행사
여의도 한강공원서 강연 듣고 퀴즈대회도
2022년 5월 5일 새벽녘 동쪽 하늘의 금성, 목성, 화성, 토성의 배열. 금성과 목성이 붙어 있고, 화성은 한참 떨어져서 목성과 토성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김지훈
[파이낸셜뉴스] 태양계의 5개 행성들이 일렬로 줄지어 맨 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이벤트가 이달 중순부터 20여일간 펼쳐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40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중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주인공이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는 많은 시민과 함께 이 행성들을 관측하기 위해 공개관측 행사를 준비했다.
13일 아마추어천문학회에 따르면, 관측행사는 16일부터 6월 말까지 전국 8곳에서 진행한다.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맨눈으로 줄지어 있는 5개의 행성을 동시에 보는 것 뿐만아니라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 목성의 위성과 표면 줄무늬, 금성의 위상 변화 등 행성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서울 공개관측 행사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18일 밤 11시부터 열리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누구나 쉽게 별 찾는 방법', '스마트폰으로 천체사진 찍는 방법' 등 천문 주제 강연뿐만 아니라 천문학자 해설, 천문 상식 퀴즈 대회 등도 준비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원치복 회장은 "오행성과 관련된 천문현상은 5개의 행성이 얼마나 가깝게 모이느냐에 따라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쳐 드물게 일어난다"면서 "고대인들도 이것을 여러 역사서에 빠짐없이 기록할 만큼 중요한 천문현상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오행성 공개 관측 행사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우주의 신비를 느끼고, 세상의 중심이 바뀌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6월 중순부터 약 15일 동안 행성들은 밝기 변화와 이동 속도 면에서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토성과 목성은 이 기간 동안 항성(별)처럼 밝기와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성과 금성 그리고 수성은 밝기와 위치가 맨눈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변한다.
수성은 밝기 변화가 가장 커서 6월 11일에 밝기가 1.2등급 정도인데, 7월 1일에는 -0.6등급으로 20일 만에 약 5배 밝아진다. 또 목성을 기준으로 화성이 매일매일 동쪽으로 멀어지고, 금성이 화성보다 두 배쯤 빠른 속도로 동쪽을 향해 이동하는 현상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위치 변화가 큰 금성의 경우 20일간 약 25도를 별자리 사이에서 움직이고, 가장 밝게 빛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새벽 동쪽 하늘을 쳐다보는 누구나 하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행성보다 훨씬 밝은 달의 움직임을 통해 행성의 정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달은 6월 19일에 토성의 아래쪽을 지나고 22일에는 목성의 아래쪽, 23일에는 화성의 아래쪽을 지난다. 26일과 27일에는 차례로 금성과 수성의 바로 위쪽을 지나므로 일반인들도 쉽게 다섯 개의 행성을 달과의 상대적 위치만으로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과정에서 달의 움직임이 행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6월 28일 새벽에는 수성보다 동쪽, 즉 수성과 태양 사이에 실낱같은 그믐달이 위치하며,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달과 오행성 배열이 일어난다. 이 배열은 별자리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달, 그 뒤를 이어 빠르기 순서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위치한다.
이것이 바로 천동설(지구중심설)의 우주론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천체들의 배열 순서였다. 달이나 행성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했던 옛날에는 별자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달과 행성의 속도를 이용해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예측했다. 현재의 과학적 사실과 수성의 배치만 차이가 있을 뿐 다른 행성의 배열은 모두 옳게 설정됐다.
별과 태양 그리고 달의 운동만으로는 하늘이 도는지 땅이 도는지를 알 수 없다. 행성의 복잡한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2300년 전부터 천동설(지구중심설)과 지동설(태양중심설)의 논쟁이 시작됐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맨 눈으로만 하늘을 관측했으므로 금성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알 수 없었으며,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다. 413년 전 갈릴레이가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통해 금성과 목성을 관측함으로써, 1800년간 이어졌던 역사상 가장 길고 격렬했던 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금성의 모양 변화가 태양중심설이 옳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별자리 사이에서 행성의 밝기 변화와 위치 변화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때가 있었다. 이것을 자세히 기록한 티코 브라헤가 있었기 때문에 케플러의 타원궤도의 법칙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탄생했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이런 행성의 움직임과 밝기 변화를 티코 브라헤보다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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