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우리나라 최초 보험살인사건
언니집 불질러 온가족 모두 사망
중풍 형부 담뱃불 실화로 속여
시동생엔 청산가리 탄 음료 줘
뒤늦게 재조사되며 검거후 사형
보험사기도 생소한 1970년대
보험금에 눈먼 희대의 살인극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완벽한 범죄는 없다. 1970년대 보험사기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보험금 때문에 5명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A씨의 범행이 그랬다. A씨는 보험 살인의 원조다. 그는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조카에게 발각돼 끔찍한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결국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살인'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긴 채 사라졌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74년부터 1975년까지 보험금을 목적으로 친언니와 형부, 조카, 시동생과 친구 등 총 5명을 살해했다.
첫 범행은 친구였다. A씨는 지난 1974년 친구 B씨를 살해하고 보험해약금의 일부를 가로챘다. 이 사실은 검거된 후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첫 번째 범행이 성공하자 A씨는 가족으로 관심을 돌렸다. A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약간의 보험료를 내다 추후에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큰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언니와 시동생 몰래 그들을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보험료로 매달 총액 58만원을 납부했다. 이는 현재 가치로 약 600만원에 달한다. 총 3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총액 기준으로 약 1억 5000만원(현재 가치 약 15억 80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후 지난 1975년 경남 남해군에 거주하던 언니 C씨를 찾아간다. 새벽 1시경 이불에 석유를 부은 후 성냥을 던져 불을 질러 언니와 형부, 13세 여자 조카 등이 모두 사망하게 된다. A씨는 불을 지른 직후 언니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하던 사촌오빠의 집으로 가서 잠을 자는 것으로 알리바이를 꾸민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형부가 평소 중풍이 있었고 담배를 피우려고 성냥을 키다가 손이 떨려 성냥불을 이불에 떨어뜨려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거짓 진술을 하면서 범행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경찰은 A씨 형부의 실수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 때 A씨가 수령한 보험금은 1500만원이었다.
잇따라 범행이 성공하자 시동생 D씨에게도 마수를 뻗치게 된다. A씨는 D씨에게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자며 부산 다방으로 불러 음료에 청산가리를 넣어 살해했다. 하필이면 D씨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 D씨 가족들은 심장마비로 인한 급사로 생각하고 넘긴 것이다. 수사기관에서도 부검조차 하지 않고 심장마비사로 처리됐다.
하지만 A씨는 D씨의 보험금은 수령하지 못했다. A씨는 D씨 부인에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시동생을 생각해 400만원의 생명보험을 들어놨으니 인감증명을 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보험금이 44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안 동서가 보험금을 다 가져간 것이다.
보험사도 계속 되는 보험금 수령에 의심을 하고 경찰에 보험사기로 신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D씨의 사체에서 독극물 검출이 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된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A씨의 범행이 밝혀진다. 언니 B씨 집 방화 당시 군대에 입대해 있던 아들인 조카E가 보험금을 이모가 수령한 것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면서다. E씨는 부산지검에 부모의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며 진정을 넣은 후 수사가 진행돼 결국 A씨가 검거됐다.
그후 A씨는 지난 1978년 부산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도 사형이 확정돼 지난 1983년 형이 집행됐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1970년대에는 지금과 같이 과학적인 수사기법도 없었고 특히 보험금을 목적으로 자신의 가족 또는 지인을 살해하는 '보험살인'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상태였다"며 "보험사에서도 보험사기를 조사하는 별도의 조직도 갖춰지지 않았고 보험금 지급 심사절차도 정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A씨가 여러 건의 보험살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경우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분석시스템 고도화를 진행, 단순 보험사기는 바로 추적해 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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