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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학과 증원 고급인재 확보가 관건 [fn 패트롤]

교육계, 신중한 접근 요구
"석사 이상 과정서 반도체 전공 확대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학과 인력 증원 지시와 관련해 교육부가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 확대까지 거론하면서 교육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학과 증원이 확정되면 문·이과 불균형의 심화, 지방대 약화, 대학간 양극화 등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관련 학부 정원의 경우 현재 대학 내 학과 조정을 통해서도 가능한데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원은 석·박사 등 전문인력이라는 점에서 정원 확대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학과 정원 늘릴까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반도체학과 인력 증원 지시에 반도체 학과 정원을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 늘릴 방안을 검토 중인 상태다. 당초 첨단 산업 인재를 키워낼 시설과 교수진 확보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려 하다가 지방대들의 우려가 커지자 지방대까지 확대된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수도권과 지방에 비슷한 숫자를 증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구체적 숫자는 관계 부처 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과 달리 수도권 대학의 정원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구·산업의 수도권 쏠림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됐다. 1998년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대학 입학정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심의를 거쳐 정하는 '학교 총량규제'를 담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선 그동안 대학을 새로 짓지도 못했고, 정원을 늘릴 수도 없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대학이 입학정원을 늘리려면 교지·교사·교원·수익용 기본 재산 등 4대 요건을 맞춰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내 '인구집중유발시설'에서 '대학'을 제외하는 방식과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 첨단 학과는 교원 기준만 갖추면 나머지 요건들을 보지 않는 식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학·석사 통합과정 개설이 바람직

다만 지방대에 반도체 관련 학과를 개설한다고 해도,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자칫 지역 균형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85번인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는 지역과 대학 간 연계, 협력으로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지역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1학년도 대입에서 처음으로 응시생 50만명 선이 무너졌으며, 향후 수 년내 응시생이 40만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학부 전공자 1만명'을 증원할 경우 의약대 정원과 맞물려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반도체 인재 확보와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간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정부와 산업계가 선언한 '2030년까지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인재는 학사가 아닌 석·박사급 고급 인재다. 석사 이상의 과정은 '수도권 정비계획상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학이 석사 이상 과정에서 반도체 전공을 확대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재료공학, 기계공학, 화학과 등 이미 대학들이 운용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학과도 존재한다.
반도체 학과가 필요하다면 증원이 아니라 복수전공, 부전공 등 과정을 개설하는 등 기존학과의 전공개설 형태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기존학과 학생이 졸업학점외에 반도체를 더 공부하고 싶다면 학·석사 통합과정을 개설하면 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난해 6년제 약대 신설로 1743명이 늘어났음에도 이과 쏠림현상이 심화됐는데, 반도체 학과까지 증원되면 지방대, 문과·비인기 대학 간의 양극화 문제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