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본점 부산 이전 놓고 노조, 정부 입장 평행선
산은 노조, “투쟁 시위 이어 나갈 것”
강 회장, 임시 사무실서 업무 보고 있어
쌍용차, 아시아나 등 주요 현안 ‘스톱’ 상태
13일 오전 8시 30분,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정문 입구를 막고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시위에 가로막혀 6일째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신임 회장이 약 일주일 동안 출근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노조와 강 회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오전 8시 30분 산은 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입구를 틀어막고 강석훈 회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 시위에 나섰다. 앞서 강 회장은 출근 첫날인 지난 8일에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 시위에 발걸음을 돌린 바 있다.
이날 조윤승 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출근 저지 시위에 참여한 70여 명의 노동조합원들은 “낙하산 인사 저지하고 자율경영 쟁취하자. 지방 이전 추진하는 낙하산을 박살 내자”며 소리쳤다. 앞서 노조는 8일부터 산은 본점 정문 옆에 천막을 설치하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를 위한 철야 투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조윤승 노조위원장은 "어제(12일) 강 회장이 천막에 10분간 들렸다"며 "부산 이전 반대에 대해 확실히 요구했으나, 강 회장은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달에만 7명의 직원들이 나갔다”면서 “기관 경쟁력 약화와 업무 효율성 저하 와 더불어 주요 인력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산은 부산 이전 추진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정문 옆에 걸려있는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 현수막의 모습. 사진=김동찬 기자
한편 강 회장이 지난 8일에 한 차례 출근을 시도한 것 외에 출근 시도 자체를 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수위 출신인 만큼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다”면서 “출근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노조와의 갈등을 키우고 싶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경한 입장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강 회장은 지난 7일 임명 이후 본점 출근을 하지 못하자 인근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주요 임원들과 부서장들로부터 보고받으며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갈등 장기화는 강 회장과 노조 양측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앞서 강 회장은 취임 소감에서 “산업은행 전 직원들과 당면 과제를 풀어가겠다”라며 소통 의지를 밝혔다. 취임 초기에 악화한 직원들의 민심을 고려할 때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에 대한 비난도 거세질 수 있다.
수장과 노조 간 갈등으로 산은이 맡은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쌍용차 매각 등 주요 현안들은 모두 ‘스톱’ 상태다.
노조도 정식 임명된 신임 회장의 업무를 저지하는 기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불리해질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강석훈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1년 동안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엔 정책특별보좌관를 맡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함께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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