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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은 자율출근, 은행은 업무 단축… 금융사 유연근무 바람

카뱅·케뱅, 재택근무도 속속 도입
KB 등 은행은 분산근무제 시행

그간 보수적 업무방식을 고수해온 금융권이 근무시간과 장소 제약을 줄이는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분산근무가 대세로 자리잡은 데다가, 금융과 정보기술(IT) 결합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일할 이유가 전에 비해 줄어든 결과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핀테크기업들이 유연근무제도를 적용하고 있는가 하면, 시중은행들도 기존에 비해 업무시간을 앞뒤 30분씩 총 1시간을 줄인 단축근무를 적용하는등 근무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먼저 인터넷은행 3사는 모두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재택근무와 함께 지난 2019년부터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워크온'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직원은 오전 11시~오후 4시 사이를 제외하고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케이뱅크도 일 8시간 근무라는 대원칙 하 출퇴근 시간을 밀거나 당길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토스뱅크도 지난해 출범과 함께 주 4.5일제와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일부 핀테크 기업의 경우 근무에 있어 직원들의 자율성을 더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8일 핀테크 업체 핀다는 사무실 출근일과 좌석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는 '커스텀 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직원은 일주일 2~3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고 사무실 출근 시에도 선호하는 업무 환경에 따라 맞는 업무 '존'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오전 7시~11시 사이 시간 관계 없이 출근하고 하루 6시간만 근무하면 퇴근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직원의 선택권을 확장한 것이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 도입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증진하면서, 동시에 뛰어난 인재를 끌어오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인 만큼,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기 위함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는 직원 수를 지난 2020년 말 2837명에서 지난해 말 3472명으로 1년 새 635명 늘렸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 2020년 51명에서 지난해 83명으로 신규채용을 약 1.6배 늘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연화된 업무환경을 '복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며 "근무제도를 보고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도 "아무래도 많이 하니까 함께 하게 된다"며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유연근무제도가 보편적인 추세"라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시중은행에서도 재택근무나 근무시간 이원화 등 근무 유연성 확보에 나섰다. 가령 KB국민은행은 '9to6 뱅크'를 개점하면서 직원 근무시간을 선택에 따라 오전조와 오후조로 이원화했다.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식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영업 축소를 위해 은행권은 앞뒤로 30분씩 근무시간을 줄인 단축근무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된 상황에도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대다수 은행은 분산근무 제도를 유지하거나 자율화하는 방침을 취했다. 이미 지난 3년 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은행권은 화상 서비스 확대, 인공지능(AI) 뱅커 도입 등 비대면 업무 흐름에 적응해왔다.


다만 시중은행은 일각에서 논의되는 4.5일제 도입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일부 은행이 주4일제 실험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에서 4.5일 근무제 얘기가 나왔는데 사측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