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의료법인은 상인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의료법인이 의사에게 미지급한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미지급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이율도 연 6%가 아닌 연 5%를 적용해야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A씨 등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파기자판했다고 14일 밝혔다. 파기자판은 파기환송하지 않고 스스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대법원은 "A씨 등에게 퇴직 후 15일째가 되는 날부터 원심 판결 선고일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했다.
B의료법인에서 산부인과와 신경외과 의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A씨 등은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2018년 2월 각각 퇴사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당초 임용계약에서 약정된 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했음에도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고, 퇴직금 역시 이를 기준으로 산정된 만큼 미지급된 근무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이 상사채권인지 일반 민사채권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상사채권이라면 상법상 지연이율 6%가, 일반 민사채권일 경우 민법상 지연이율인 연 5%가 적용된다.
A씨 등은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차액 인용액을 청구하면서 퇴직일부터 14일까지는 민법에 따른 5% 이율을 적용했다. 무변론 판결이 이뤄진 1심은 A씨 등의 청구를 인용했다.
2심은 시간외 근로수당 청구는 기각하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및 퇴직금 차액 청구는 받아들여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A씨 등은 청구한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차액 인용액에 대해 퇴직일부터 14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5% 이율이 아닌 상법에 따른 연 6%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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