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당권 도전 순풍이 예상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당내 여론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연일 분출하면서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의원과 친문 중진(홍영표·전해철 의원) '동반불출마' 요구에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로 세대교체론까지 힘을 받고 있다. 당권 도전을 앞둔 이재명 의원이 출마냐 숨고르기냐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내 의원 모임들의 대선·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선거 패배에 따른 반성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의원 선거 책임론이 잇따라 분출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모임 '더좋은미래' 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넘는 상태에서 대선을 패배했다는 것은 후보 요인을 배제하고는 설명이 어렵다"며 이재명 의원을 직격했다. 더좋은미래는 60명이 넘은 의원들이 함께하는 등 당내 최대 모임으로 당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선 모임인 '더민초'와 재선의원들도 이날 오전 각각 선거 평가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 의원 책임론이 일부 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초·재선 의원 11명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도 이 의원 책임론이 나왔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상임고문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53.9%로 과반을 넘었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당권 도전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74.4%로 부적절하다는 응답(20.5%)보다 세배 이상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를 두고 당심과 민심간 괴리가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문 중진들의 이 의원에 대한 공세도 연일 강화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책임지는 분들이 책임지는 분위기가 된다면 저 역시 반드시 출마를 고집해야 되느냐는 고심을 하고 있다"며 조건부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 동반불출마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친이재명계 중진 안민석 의원은 SNS에 "민주당 내 기득권 카르텔 세력은 패배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반성은커녕 혁신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2024년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는 만큼 총선이 당내 세력 재편의 향배를 가를 중요 변수로 꼽힌다. 이는 차기 대선 경선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이 의원이 당권 도전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선거 패배 책임론에다 이번 당권도전까지 반대 목소리에 밀려 포기할 경우 대선 주자로 내상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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