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심의절차 앞두고 대립 팽팽
경총 "이미 생계비 수준 넘겼다"
"사문화된 조항" 勞 주장에 반박
인상폭 놓고 양측 시각차도 상당
협상장 열리기도 전에 파행 우려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본격 난타전이 시작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최저임금이자, 34년 만에 '업종별 차등 적용'이 실현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을 언급하며, 줄곧 경영계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경영계가 올해 예년보다 더욱 강력하게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어, 노사간 강대강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 격돌 예고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 이는 지난 3차 회의에서 합의한 최저임금액 결정단위에 이은 두 번째 안건이다.
최임위는 노·사·정 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며△최저임금액 결정단위(시급·월급)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을 순차적으로 심의한다.
제4차 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 노사간 격돌이 예상된다. 이미 노사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장외전을 펼치고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업종별로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경영계의 오랜 주장이지만,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 딱 한번을 제외하곤 노동계 반발로 34년간 도입되지 못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실현해보자며 예년보다 더욱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동계 주장을 쟁점별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은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지 않고,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노동계 주장에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정책 대상인 저임금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넘어 전체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중윗값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또 업종별 차등 적용이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종류별 구분 여부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고용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요청서에 명시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 기준이 없어 즉각적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저임금 미만율이 과도하게 높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전면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 충돌로 인해 심의가 초장부터 파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9160원 vs 1만1860원
노사는 아직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경영계는 '동결(9160원)'을, 노동계는 1만1860원을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적정 인상폭을 두고 노사의 인식 차가 2700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근 최저임금 논의에 활용할 적정생계비 계산 모델을 제시하며 내년 최저임금은 1만1860원(월 247만9000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보다 2700원(29.4%) 인상된 수준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양측이 제출한 최초요구안의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편 첫 안건인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는 지난 9일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시급으로 하되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기준)을 병기하는 것으로 별도 표결 없이 결정했다.
최저임금은 그간 시급으로 결정하고 월급이 병기돼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은 6월 말이지만, 최임위가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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