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인근 쉼터에서 한 피란 아동이 앉아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유엔난민기구는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난민의 수가 2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2.3.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수십만명을 자국으로 강제이주 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는 독재정권의 오랜 수법인 '아동 납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스비트라나 체르니크 호주국립대 강사와 프란체스카 레사 옥스퍼드대 강사가 쓴 '러시아의 유아 강제 이주 이유에 대한 분석'을 실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압박하고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흡수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이의 국가 정체성을 바꾸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릴리아 구메로바 러시아 상원의원은 이른바 '해방 영토'에서 데려온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러시아어를 몰라 이를 가르칠 특별 여름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세르히 키슬리치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100만명 넘는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며 이주 대상에는 아동 23만4000여명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강제이주와 함께 점령국 아동의 신분상 지위를 변경하는 것은 전시 민간인 보호를 규정한 제네바협약에 의해 위반되는 행위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가 전쟁으로 고아가 됐거나 부모와 헤어진 우크라이나 아동이 러시아 국적을 획득할 수 있는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비난하며 유엔이 아동의 안전한 복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마리아 르보바 벨로바 러시아 아동권 옴부즈맨은 4월 우크라이나 아동 1560명이 부모 없이 러시아에 도착했다며 이들 일부는 러시아 가족에게 입양될 수 있다고 밝혔다.
WP는 군사정권의 목적은 좌파 세력의 모든 잔재와 유산을 제거하는 것으로 어린이를 '전리품' 취급했다고 전했다.
쿠데타로 집권해 스페인을 30년 넘게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프란시스 프랑코는 정치보복 차원에서 반대파인 공산주의 인사 10만명을 처형하고 3만여명의 유아를 납치했다.
W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목표로 내건 '탈 나치화'가 이전 프랑코 정권의 역사와 닮았다고 해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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