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촬영된 이란 나탄즈의 핵시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돈이 묶인 이란 정부가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맞춰 묶은 돈을 달라고 다시금 재촉했다. 이란 정부는 제재 해제의 열쇠가 될 미국과 핵합의 복원 협상을 두고 미국 때문에 제자리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IRNA 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한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아직 이란은 문제 해결을 위한 유효한 움직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의 새 정부가 동결 자금 문제를 위한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 역시 핵합의를 어기고 핵연료 농축을 강행하는 등 미국의 제재에 맞불을 놨다. 한국과 석유 무역을 하던 이란은 제재 복원 이후 한국에서 석유 수출 대금으로 받았던 70억달러(약 9조510억원)를 가져가지 못했다. 이는 동결된 이란의 해외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란은 지난해 한국 선박을 나포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며 한국 내 이란 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중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유럽 국가들의 중재로 이란과 핵합의 복원 협상에 나섰지만 이란이 우선 핵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은 지난달 거의 마무리됐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외국 테러조직(FTO) 지정 철회와 '제재 부활 방지 보증' 등 사안을 놓고 이란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티브자데는 핵합의에서 탈퇴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언급한 뒤 "미국의 모든 위반 행위와 트럼프식 접근법의 지속에도 (협상의) 열차는 탈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바람직하고 지속적이며 효과적인 합의를 할 준비가 돼 있고 이를 위한 기반이 모두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협상 경로로 돌아온다면 우리도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티브자데는 이날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이자 시아파 이란과 원수지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언급하고 "대사관 개설 등 외교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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