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 반대’ 노조와 대립
출근 저지 시위 뚫고 취임식
“식물 회장” 반발 수위 높아져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산업은행 제공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임명 2주 만에 취임식을 개최했으나 산은 노동조합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반발의사를 밝혀 험로가 예상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본점으로 출근해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주간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와 대립해 출근하지 못했던 강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및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와 산업은행, 산은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근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끝에 2주만에 출근한 강 회장
이날 취임사에서 강회장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래의 산업은행은 △혁신성장의 디딤돌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대한민국 대표 싱크탱크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KDB △그린·디지털·바이오 전환 선도기관 △시장안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취임사와는 별도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본점 이전 등 현안사항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하면서 여기서 모인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해 취임식 이후 곧바로 소집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첫 업무지시로 비상 경제상황 대응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등 속도감 있게 현안 챙기기에 나서는 한편, 산업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내 비전위원회 및 소통위원회 구성 등을 당부했다.
이날 강 회장이 노조 반대를 뚫고 취임식을 강행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노조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이날 노조원들이 출근 저지 집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뒤 일부 노조 간부만 정문에 남은 상황에서 출근을 시도했다. 노조 간부들은 바닥에 드러누워 출입을 저지했고 강 회장은 틈을 비집고 힘겹게 출입문을 통과했다.
■산은 노조 "끝까지 투쟁"
산은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강석훈 회장 퇴진 그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강 회장의 첫 출근을 비판했다.
노조는 "강석훈 회장 내정자가 결국 집회 시간을 피해 직원들을 밟고 넘어 출근을 강행했다. 공공기관 낙하산 저지투쟁 역사에 볼 수 없었던 미증유의 사태"라며 "직원들이 무서워 직원들을 피해 들어온 낙하산을 어떤 직원이 회장으로 인정하고 따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강 회장이 산은을 제대로 이끌고 지휘해 국가경제에서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해 낼 것이라 기대하는 직원은 단언컨데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인사권, 예산권을 휘두를 수는 있겠지만 산은을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그는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취임하자마자 '식물 회장'이 됐다"고 수위를 높였다.
한편, 최근 산업은행 직원들의 퇴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53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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