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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선안 넉달만에 또 출제오류…"30년 된 입시 손질해야"

6월 모평서 문제오류 재발
지구과학Ⅱ 14번 모두 정답처리
수시접수 이전 마지막 평가이자
올 수능 출제경향·난이도 가늠자
교육계 "새 입시제도 고민할 때"

수능 개선안 넉달만에 또 출제오류…"30년 된 입시 손질해야"
지난 9일 치룬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치룬 2022년 전국연합학력평가 과학탐구 지구과학Ⅱ 영역 14번 문제에서 출제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출제 오류 발생 이후 교육당국이 지난 2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출제오류가 재발한 것. 이 때문에 대책 자체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6월 모평서 또다시 출제 오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가원은 지난 9일 2023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정답(가안)을 발표한 이후 12일 오후 6시까지 총 31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았고, 이중 지구과학Ⅱ 14번 문항(사진)에 대해서는 '정답 없음'으로 판정해 모두 정답 처리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해당 문제는 해파 진행시 천이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보기가 잘못된 것이 출제 오류가 발생한 원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수능 문제 오류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수능이 시행된 1994학년도 이래 출제 오류는 2004학년도 언어(현 국어) 영역을 시작으로 9차례 있었다. 이로 인해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 4차례에 달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수능에서는 생명과학Ⅱ 영역 20번 문제의 출제오류로 해당 문제 응시생 전원이 정답처리가 되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월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는데, 올해 평가원에서 처음으로 주관하는 모의고사에서 또다시 출제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수능에서는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서 학부모·수험생들과 소송전까지 벌였던 것과 달리 이번 6월 모평 출제 오류이후 교육당국이 빠르게 인정했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개선안 실효성에 의문 제기

문제는 6월 모의평가가 단순한 평가 이상이라는 점이다. 6월 모의평가는 올해 수능시험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이다. 올해 수능시험의 출제방향과 선택과목별 난이도는 수험생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모의평가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까지 참가하는 시험으로서 올해 수능시험에 응시할 수험생 대부분이 참가한다.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놓고 수험생들이 자신의 영역별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학습 방향을 조정한다. 또 6월 모의평가는 9월 수시 접수 이전에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모의평가라는 점에서 출제부터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제 오류가 발생한 지구과학Ⅱ 영역의 중요성도 배재할 수 없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구과학Ⅱ 영역에 응시하는 학생은 약 3000여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카이스트나 의대 등을 지원하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학생들이 치루는 과목에서 한 문제라도 오류가 발생해 전원정답 처리를 한다면 '표준점수 하락'를 일으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출제 개선방안 4개월 여 만에 또다시 문제오류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30년이 넘은 수능을 손질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수능의 난이도 조절을 놓고 사회적 관심이 모이면서 고난도 문제를 출제, 공교육 정상화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올해 개선안을 내놓은 후 처음 치룬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오류가 생긴 것은 누가 봐도 문제"라며 "새로운 입시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