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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미루다 결혼하는데… 예식장·혼수·여행비 '폭탄' [물가급등, 우리가 피해자입니다]

(5) 예비부부
대출 받거나 사양 줄이기도
해외 관광지도 물가 많이 올라
동남아 등 저렴한 지역 변경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신혼여행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순탄치는 않다. 치솟는 결혼 관련 물가를 보면 행복보다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항공운임이나 현지 물가 급등으로 신혼여행지를 바꾸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혼수 대출 받는 예비부부들

21일 결혼 정보회사 듀오의 '2022년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혼수 비용은 1472만원으로 전년(1309만원)에 비해 12.4% 증가했다. 평균 예식홀 예약 비용은 971만원으로 전년(896만원) 대비 8.4% 늘었고 평균 웨딩 패키지 비용(307만원) 또한 전년(278만원)에 비해 10.4% 늘었다.

신혼부부들의 한숨도 늘었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모씨(31)는 "지난해 9월 예식장 계약을 했는데 당시 1인당 식대가 5만원 초반이었던 곳이 올해부터 6만원이 됐다"며 "결혼 성수기인 5월, 10월이 아니라 비수기인 겨울철에 예식을 올려도 5만원대 초반 견적을 받은 분들도 최근에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혼수 때문에 대출을 받기도 한다. 기존에도 부동산 가격 급증에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은 많았다. 여기에 최근 혼수 비용까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확대된 것.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공무원 김모씨(31)는 "이미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은 상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으로 2억원을 대출받았고 은행에서 신용대출도 3700만원 받았다"며 "혼례비 대출로 1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어서 그것마저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씨는 "혼수를 장만하면서 너무 비싸서 사양을 줄이고 줄였다. TV, 세탁기, 건조기 등은 1000만원 이하로 겨우 맞췄다"며 "오래 쓸 거니까 좋은 것을 사자는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살면서 조금씩 갖춰 나가야 한다고 신부를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하와이 여행비 50% 이상 올라

신혼여행지 선택도 가보고 싶은 지역이 아닌 저렴한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행 비용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약 50% 이상 오른 하와이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몰디브가 주목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체 예약 비중의 10%를 차지했던 몰디브가 이제는 50% 정도로 신혼여행지 상품 가운데 가장 예약률이 높다"고 전했다.
신혼여행으로 몰디브에 가는 자영업자 김모씨(32)는 "비행기 표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며 "코로나19 이전을 생각하면 거의 두 배는 오른 거 같다"고 했다.

유럽 또는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가려 했던 직장인 이모씨(29)는 지난 1월 동남아시아로 여행지를 변경했다고 한다. 이씨는 "계획했던 비용보다 더 많이 나와서 바꿨다"며 "여행 다니며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여건상 휴양 여행으로 바뀌면서 처음 계획이랑 많이 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