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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패닉에 빠진 주린이 노리는 ‘리딩방’

[테헤란로] 패닉에 빠진 주린이 노리는 ‘리딩방’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나한테 두들겨 맞기 전까지는." 전설적인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주식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스피 4000 선 돌파'라는 장밋빛 전망에 한껏 들떴지만 지금은 수차례 폭락장을 얻어맞으며 녹다운(knock-down)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공포 등으로 투자심리가 잔뜩 얼어붙으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22일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이런 틈을 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악용하는 속칭 '주식 리딩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이어진 호황장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해 실패 경험이 없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은 이 같은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리딩방 유형은 유사하다. 먼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200% 수익 보장' 등 불법 과장광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여기에 회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리더)'가 오픈채팅방(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개설해 급등할 종목을 무료로 찍어준다.

해당 종목에서 수익이 나면 고급 투자정보를 받을 수 있다며 회원제 비공개방으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일대일 컨설팅을 추천하면서 가입·컨설팅비로 월 30만~50만원부터 최대 수백만원을 요구한다.

특정 수준의 수익률을 내지 못할 경우 환불해 주겠다며 신용카드 정보를 알아내 투자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카드결제를 하기도 한다. 3000명 넘는 리딩방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3개월 내 투자금 대비 수익률 2배 이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100% 환불 보장이라며 가입을 유도했다가 수익률이 거의 나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더니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례들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매일 공격적인 불법 리딩 홍보문자에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올해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까지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금융사기 현황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리딩방 등 금융사기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율은 48.0%, 평균 노출횟수는 7.5회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중 금융사기로 금전적 피해를 본 비율은 3.3%, 평균 피해금액은 2141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평균 피해금액은 40대 3963만원, 50대 2475만원, 60대 1841만원 등으로 컸다.

금융당국이 규제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과 부족한 예산 등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법 유사투자자문사의 수법이 매년 진화하고 있고,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도 상당한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