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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때 일하고 원할 때 길게 쉰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尹정부 노동시장 개혁 첫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추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검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설계
법개정 野 협조·노동계 반발 변수

"바쁠 때 일하고 원할 때 길게 쉰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尹정부 노동시장 개혁 첫발]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뉴시스
"바쁠 때 일하고 원할 때 길게 쉰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尹정부 노동시장 개혁 첫발]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첫걸음으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카드를 꺼내든 건 우리 노동시장이 4차 산업혁명, 저출생·고령화 등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형성된 노동규범과 관행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임금과 근로시간은 국민 대다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의 핵심요소다.

주52시간제에 탄력성을 불어넣어 실근로시간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임금체계도 연공보다 직무·성과 중심으로 공정하게 바꿔 나간다. 정부는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제도·관행·의식을 전면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쁠 때 일하고 원할 때 장기 휴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실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을 위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본래 취지에 맞게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고, 초과 근로시간을 저축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이 장관은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 적립 및 사용 방법, 정산기간 등 세부적 쟁점사항을 면밀히 살펴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유연근로제 중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단위기간 중 1주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다. 단위기간은 1~3개월로,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3개월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사항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선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노동계 반발도 변수다.

이 장관은 "정부는 현장의 객관적인 실태와 상황 등 실사구시적인 자료를 토대로 정책 제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야 의원님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를 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 구축

정부는 2024년까지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연공성 임금체계에서 벗어난 직무 중심 보상체계 설계의 기본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한국표준직업분류 세분류 기준으로 450개 직종에 대한 수행직무, 필요한 업무역량, 고용전망과 아울러 정확한 임금정보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장관은 "연공형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했지만 과도한 연공성은 저성장 시기, 노동시장에서 이직이 잦아지는 시대에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며 "강한 연공급은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성별 임금격차를 확대해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은 55.5%, 1000인 이상인 경우 70.3%로 연공성이 높은 모습이다. 근속 1년 미만과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2.27배)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분석과 해외 임금체계 개편 흐름 및 시사점 등을 토대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 과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다음달 중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하기로 했다. 연구회는 구체적인 입법·정책과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