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항공위성 1호 발사 성공
항우연 위성관제실서 지켜본 남미 기아나 발사장
발사 예정보다 47분 늦춰졌지만
페어링·1단 로켓 순조롭게 분리
28분 만에 "최종적으로 성공"
GPS 오차 1m 이내로 축소
원희룡 "위치기반 산업 선도"
22일(현지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센터에서 한국형 항공위성서비스(KASS) 항공위성 1호기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전=최용준 기자】 국내 1호 항공위성 발사의 카운트다운은 쉽게 시작되지 않았다. 발사 예정시간인 23일 오전 6시3분께(현지시간 22일 오후 6시3분께)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위성관제실은 발사가 지연되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생중계를 통해 화면에 잡힌 흰색 항공위성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우주센터 발사장에 멈춰 서 있었다. 한국과 시차가 12시간 나다 보니 기아나의 하늘은 저물녘 보랏빛이었다.
■숨막혔던 47분…그리고 발사 성공
위성관제실 내 가로 20m, 세로 3m 크기 대형화면에서는 발사자동운영모드(PLO) 관련 녹색 글씨와 적색 글씨가 교차됐다. 항우연 이상률 원장은 "화면이 그린(녹색)이면 괜찮은 거다"라며 "현재 적색 글씨는 위성 관련 점검을 추가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관제실 내 15명의 연구원은 꼿꼿이 앉아 수십개의 모니터를 번갈아 봤다. 대형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국내에서 쏘아올린 위성 주파수들이 적혀 있었다. 위성관제실 내 빨간 숫자로 적힌 전자시계는 초단위로 흘렀다.
오전 6시34분께. 모든 점검이 완료되고 발사체에 연료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당초 발사보다 47분간의 길고 긴 기다림 끝에 1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관계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며 다 같이 "발사"를 외쳤다. 6시50분께 발사체에 불이 붙으면서 거대한 주황빛 구름이 퍼졌다. 항공위성은 그사이 새까맣게 변한 기아나의 밤하늘로 솟구쳤다. 이날 기아나 현지에 나간 이병석 항우연 SBAS사업단장은 "발사 시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은 멋진 광경이었다"며 "머리 위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위성보호덮개(페어링) 분리, 1단 로켓 분리 등 과정을 거쳐 발사 28분 후인 오전 7시18분께 "성공적으로 분리돼 최종적으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으로 분리된 항공위성 1호기는 약 12일 후에 정지궤도(약 3만6000㎞)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궤도 안착과 신호시험 등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전역에 정밀한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놀이기구 대기인원까지 파악한다
국토부는 항공위성을 통해 항공위성서비스(KASS)를 구축한다. KASS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오차를 실시간 보정, 정확한 위치정보를 위성으로 제공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표준 시스템이다. 기존 GPS는 전리층 오차(전파가 전리층을 통과하면서 굴절되면서 발생하는 오차) 등으로 15~33m 오차가 발생하는데, 항공위성을 통해 오차범위를 1~1.6m로 획기적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항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KASS는 세계 7번째로 ICAO에 공식 등재된 시스템이 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발사행사에서 "대한민국 기술로 제작해 발사한 누리호에 이어서 항공기술, 모빌리티 산업을 비롯해 위치기반 서비스 산업의 선도자가 될 항공위성 1호기가 정지궤도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ASS가 GPS 위치정보 오차를 줄여 (모바일을 이용한) 택시호출 시 도로 건너편에 정차하는 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KASS는 다양한 민간 위치정보 서비스의 활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윤상진 티맵 모빌리티 팀리더는 "KASS로 인해 정확한 차선정보를 알 수 있다"며 "1차선 사고가 나면 이를 뒤따르는 차량이 몰려 정체되는데 2㎞ 전방에서 2차선을 이용하라고 알리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놀이기구 대기인원은 개략적으로 파악되지만 KASS를 이용해서 미터 단위로 (위치정보) 정확도를 갖추면 몇 명이 줄을 섰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은 과제는 핵심기술 국산화다. 이번 KASS 구축에는 국내 기술이 들어갔지만 항공위성의 위성 및 위성발사체는 해외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번 항공위성은 말레이시아 미아샛 통신위성을 임차해 KASS를 위한 중계기를 탑재한 방식이다. 또 발사체는 프랑스 등 유럽 합작회사가 제작한 아리안 5호다. 한지혜 항우연 연구원은 "기상관측위성, 영상위성은 국내 기술력이 확보됐지만 항공위성, 통신위성은 아직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항공위성 3·4·5호기는 자체개발한다는 계획이 있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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