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한미동맹 선명한 尹정부… 미중 대립구도 속 새 역할 찾아야 [한국, 새 길에 서다]

'新국제질서와 한국의 선택' 지상좌담

한미동맹
한미 신뢰회복 방향성 공감… 이제부터 시험대의 연속
IPEF는 선택이 아닌 필수, 중국 전방위 압박에 대비해야
中리스크
對中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 독자적 대항 수단 필요
눈치 볼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인권 등 원칙 밝혀야
대북전략
바이든 방한때 DMZ 패싱, 북한만 보지않겠다는 메시지
최종 목적지는 北비핵화… 핵군축 자체가 해법 될 수 없어
한일관계
과거사 갈등 풀고 가야 할 문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안보·경제는 생존문제, 양국 정치적 리더십 필요한 때

한미동맹 선명한 尹정부… 미중 대립구도 속 새 역할 찾아야 [한국, 새 길에 서다]
한미동맹 선명한 尹정부… 미중 대립구도 속 새 역할 찾아야 [한국, 새 길에 서다]

【파이낸셜뉴스 도쿄·베이징·서울=조은효 정지우 특파원 이종윤 기자】

"중국의 한국에 대한 외교정책의 핵심은 한미동맹 해체에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핵 인질로 삼기 위해 전술핵 개발까지 나섰다."(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한일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미·중 대립구조 속에서 갈등완화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파이낸셜뉴스 창간 22주년 기념 '신국제질서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한 지상좌담회에서 한·중·일 3국 전문가들이 조언과 쓴소리를 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날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40년 글로벌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년 뒤에도, 미·중 어느 쪽도 승부를 내지 못하는 팽팽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출범 한 달반을 맞이한 윤석열 정권은 한미동맹 강화라는 깃발을 분명하게 들어올렸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 렌더구이 상하이외국어대 중일한연구센터주임 교수,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가 참여해 지상대담을 가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약 한 달 보름이 지났다. 윤 정부는 미국 동맹과 함께 가겠다는 외교노선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천영우 이사장=전반적으로 선명해지고, 모호성이 줄었다. 한미 간 신뢰회복이 그간의 과제로 지목돼 왔는데, 일단 방향성은 잘 잡았다고 본다. 한마디로 제대로 가고 있다. 다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제부터 계속 시험대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교수=앞서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쉽게 말해 대북관계를 외교의 모든 국가전략의 기축으로 놓고 대북을 위한 대미, 대북을 위한 대일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권이 시야를 폭넓게 잡겠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홍규덕 교수=지난 5년간 미·중의 구도 속에서 '균형'을 너무 많이 생각해왔는데, 한미동맹이나 대중정책에 대해 적기에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게 큰 변화로 읽힌다.

▲문일현 교수=중국 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새 정부의 외교를 '과도한 대미 편향성'을 띤 '친미반중 외교'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직은 관찰 중이지만, 한중 갈등이 수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가령 미국이 북핵 실험과 관련된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주도할 경우 이것이 한중 충돌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전방위 압박에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등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천영우 이사장=중국의 대한 정책의 핵심은 한미동맹 해체에 있다. 사드 배치에서 이미 확인됐다. 중국이 경제보복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것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이다. 중국의 횡포에 가장 취약한 나라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 견제를 위한 '틀 만들기'로 득을 보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 혼자서 중국의 경제보복, 횡포에 대항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나라와 힘을 합쳐 대응할 것이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중국을 상대로 '각개 격파'해서 이길 나라가 별로 없다. 힘을 합쳐 공동의 대응체계를 만들자는 게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틀이다. 사실 미국이 IPEF를 안 만든다면 우리라도 먼저 나서서 선제적으로 만들자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우리 독자적으로 중국에 대항할 수단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항수단에 대한 모색과 함께 한중 관계를 풀어나갈 외교기조가 있다면.

▲렌더구이 교수=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요 대국의 세력이 뚜렷하게 바뀌었다. 중국의 국력은 더욱 강화됐다. 중국의 경제, 과학기술, 군사와 문화 실력은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본다. 한중은 공존할 것이며, 협력과 윈윈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기미야 다다시 교수=미·중 갈등기 한국과 일본의 역할론이란 부분을 주목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는 분명 필요하며, 실제 일본 외교는 미국이 동아시아 문제에 관여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 대립 격화 시 한일이 경제·안보적으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대립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한일 두 나라가 동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위한 나름의 역할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두 나라의 국익과도 연결된 문제다.

▲문일현 교수=미·중 갈등의 첨예한 고조로 과거처럼 사안별로 선택적 접근을 하는 '모호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한국 외교의 독트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3가지 기준을 살펴야 한다.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유익한지, 한반도 경제발전에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등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미·중 등 국제사회에 한국 외교의 원칙을 선언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고 협력할 것은 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홍규덕 교수=동감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인권 등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원칙의 제시'가 필요하다. 미국 NIC는 최근 전망 보고서에서 2040년 미·중 갈등을 5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하고,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닌 '경쟁 심화 지속'의 상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최근 중국 관영언론들의 논조도 예상보다는 '마일드'하다.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왜 한국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지, 원칙을 세우고, 포지션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한미동맹 발전 방향은, 결국 한국의 역할론 확대로 이어지는데.

▲렌더구이 교수=중국의 시각을 강조하자면,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를 넘어 중국의 부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도구'가 된다면 그 불똥이 결국 한국에 튀고 말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홍규덕 교수=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철책선에서 쌍안경을 들고 북한을 쳐다보는 장면이 이번에는 연출되지 않았다. 한미동맹이 북한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윤석열 정권 역시 강조하고 싶었다고 보인다. 한국외교 '시야의 확대' '역할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한국은 인도태평양 문제에 있어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 적극 나서겠다는 게 IPEF 참여 결정으로 나타났다. 중국 변수에 대해서도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천영우 이사장=북한이 한국, 일본을 '핵 인질'로 삼기 위해 '전술핵' 개발에 나섰다. 한일 양국 모두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 됐다. 그간은 미국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미국을 압박해 왔는데, 이제는 전술핵 개발로 한일을 인질로 잡아 미국을 움직이는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전술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은 수십차례 시험발사를 해서 기술개발을 완성했고,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는 최소한 한두 번은 더 실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해법의 최종 목적지는 비핵화다. 핵군축이 비핵화로 가는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핵군축은 곧 핵무장 용인이다. 제재를 통해 핵이 정권붕괴를 재촉하는 괴물이라는 것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게 해야 한다.

▲기미야 다다시 교수=생각이 조금 다르다. 북한이란 나라가 강하게 나서면 양보도 해주고, 사과도 해주고, 포기도 해주는 그런 나라가 아니지 않나. 제재 일변도는 낙관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역부족이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실패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북한과 협상의 여지는 남겨둘 수밖에 없다. 또한 아직까지는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북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은 바이든 정권의 요구사항이기도 한데, 양국 갈등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오쿠조노 히데키 교수=한일 관계는 이미 양국 모두에 있어 양국 간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일본도 '대미문제'가 됐다. 양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두 나라가 서로 의지를 갖고 타개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사실 개탄스러운 일이다. 바이든 정권은 어느 한쪽에 서서 지지하는 것은 절대 없을 것이다. 불신감 불식, 신뢰구축이 교섭의 첫걸음이다.

▲천영우 이사장=외무장관회담, 정상회담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해법 없이 만나봐야 더 나빠질 수 있다. 국민의 기대수준만 높였다가 정치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들로부터 실패할 회담을 했느냐는 소리를 들을 것 아니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 집행에 대한 대응이라는 큰 악재부터 털고 나가야 한다.

▲기미야 다다시 교수=대미 동맹, 북한 문제, 미·중 대립 등의 현안에 대해 현재 윤석열 정권과 기시다 정권 간에 유사한 부분이 매우 많다. 정체성(아이덴티티)이나 역사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한일관계에 있어서 과연 역사문제가 100%인가. 과거사 갈등 해결을 전제로 내세우고, 해결하지 않고선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 협소한 생각이다. 역사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안보, 경제는 생존의 문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지우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