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6·25기념식, 전쟁성격 규정 실종, 평화담론 집착
천안함 침몰도 '불의의 피격'이라며 불특정한 용어 사용...
국가 위한 희생·용기...애국의 가치, 역사적 진실 지켜줘야
북한, 6·25 맞아 '반미 기조' 노골화…'강 대 강' 기조 반영
북 '제국주의 연합세력 단호히 물리친 전승" 사상전 강조
[파이낸셜뉴스]
6.25전쟁 제72주년 포스터. 2022.06.24. 사진=국가보훈처 제공
25일 올해로 72주년을 맞는 6·25전쟁일 중앙행사가 이날 오전 10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열린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 바치신 국군, UN군 전몰장병과 참전용사분들께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며 "오랜 세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존경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6·25전쟁은 온 국토를 잿더미로 만들고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맸고 30만명의 여성이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320만 동포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으며 1000만명의 국민이 이산의 고통을 겪었다"며 "우리 민족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와 아픔을 남겼지만 우리 국민은 전쟁의 비극을 딛고 폐허와 잿더미 위에서 맨주먹으로 다시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 총리는 "오늘의 이 모든 역사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기꺼이 전선에 뛰어들었던 참전 유공자분들의 빛나는 용기와 투혼 그리고 희생과 공헌이 있어 가능했다"며 "대한민국은 호국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으며 조국 산하에 뿌려진 영웅들의 붉은 피와 자유와 평화를 위해 먼 나라까지 달려와 준 청년들의 뜨거운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참전 유공자와 그 가족이 더 건강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인류 보훈으로 온 마음을 다해 보답하겠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강한 국방과 안보의 토대 위에 평화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보훈처장도 "국군과 유엔군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크나큰 토대를 만들어주신 명예로운 군인이자 우리 모두의 영웅"이라며 "우리 정부는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끝까지 최고의 예우로, 일류보훈으로 보답해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109만 911명이 참전하여 전사자 14만 9005명, 부상자 71만 783명, 실종자 13만 2256명이 나왔고, 북한국은 80만명이 참전, 29만 4000명 전사, 22만 6000명 부상, 12만명의 포로 및 실종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48만명의 병력을 지원해 전사자 3만여명 부상자 10만여명, 실종자 7500여명 포로 4000여명이 발생. 한국전에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하였고, 2차 대전 이후 가장 많은 나라가 참전한 국제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사진=위키백과 캡처
■지난 정부 천안함도 '불의의 피격' 6·25전쟁도 '평화담론 우선' 이번 72주년 행사서 전쟁 성격 명확히 규정...비뚤어진 행태 바로 잡혀...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윤석열 정부는 일류보훈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번 6·25전쟁 72주년 행사를 통해 전쟁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일류보훈의 가치를 내세우고 동시에 실천의지를 보여주었다"며 "너무도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규정되지 못했던 지난 5년간의 비뚤어진 행태가 조금씩 바로 잡히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함의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지난 정부시기 북한을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않았고 심지어 모 교육매체는 김정은을 찬양하는 듯한 인형까지 제작해 판매하려고 하다가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반 센터장은 "2021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는 천안함 침몰을 '불의의 피격'이라는 불특정한 용어로 사용하며 북한을 도발을 자행한 행위자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외면했다"며 "대구급 신형 호위함 중 한 척에 '천안함'이라는 함명을 부여할 것이라며 "2023년 6월 다시 태어난 천안함이 돌아옵니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도 '왜 천안함이 침몰했는지에 대한 과정 설명'은 어영부영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지난 정부 "6·25전쟁 기념식에서도 북한을 침략국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평화담론에만 집착했다. 임시방편적 가짜평화를 위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지 않는 것은 사실 역사 왜곡에 가까운 모습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한 성토는 과민반응이 아닌 직면한 현실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 센터장은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일그러진 안보관, 잘못된 역사 규정 등이 조금씩 바로 잡히고 있다"면서 "이번 6·25전쟁 72주년 기념행사서는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자 침략자로 북한을 특정하여 명확하게 여러 번 언급되었다"고 해석했다.
일류보훈을 위해서는 국가를 위해 헌신과 애국자와 그 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땅히 더 중요한 것이 그분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용기와 애국이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는 것, 역사적 진실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지난 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조차 외면하는 듯한 태도로써 그분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었다"고 지적하고 "이번 6·25전쟁 기념행사는 이러한 상처 치유의 시작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며 "나아가 지속가능한 일류보훈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문화가 자리를 잡도록 전방위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월 4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에서 제2연평해전 전사자와 천안함 46용사를 참배한 뒤 천안함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북한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책임 미국에 돌리고, "날강도적인 세계제패 전략을 실현" 미제 괴수 제국주의 연합세력 물리치고 전승 주장
한편,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 '1950년대 조국수호정신은 주체조선의 영원한 필승의 무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제는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았다. 미제에 의하여 강요된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등이라며 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1950년 6월 25일 끝끝내 38선 전역에 걸쳐 공화국 북반부에 대한 불의의 무력 침공을 개시하였다"면서 "역사적 사실 자료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38선에서의 무장도발은 그 규모와 지속성, 반복성에 있어 명백히 전면 전쟁을 위한 계획적인 군사행동"이라고 규정했다.
또 신문은 '전쟁방화자의 흉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미국이 '한국전쟁을 도발한 기본 목적'은 "날강도적인 세계제패 전략을 실현하려는데 있었다"면서 '미국의 책임을 더욱 부각'하려고 강조했다.
북한은 아울러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등 근로단체들이 6·25전쟁을 계기로 한 반미 복수결의 모임을 5년 만에 개최한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 전쟁에서 우리 인민은 세계 최강을 떠벌리던 미제를 괴수로 하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을 단호히 물리치고 전승이라는 미증유의 경이적인 사변을 이룩하였다"면서 전쟁의 승리를 주장했다.
6.25전쟁 당시 수도권에 입성한 인민군 모습. 올해는 6.25전쟁 72주년 해마다 6월이면 ‘호국’ ‘보훈’ ‘순국선열’ 같은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지만 지난 2013년 국내 한 언론이 서울시내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6.25 한국전쟁을 일으킨 것은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는 답이 23.7%, ‘통일 가능성’에 대해선 ‘당분간 안 될 것이다’라는 답변이 41.6%,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 답변이 15.4%에 달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새겨진 ‘잊혀진 과거는 반복된다’는 문구가 두렵다. 사진=위키백과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