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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 속 전기요금 인상…6%대 물가시대 불가피

한전, 1분기만 약 8조 영업손실 경영악화
물가 대책 한계,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치솟는 물가 속에서도 27일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민간에 전력을 판매하는 한국전력이 올 1·4분기에만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인 8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면서 한전 경영 악화를 더 두고 볼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다. 전기는 필수공공재다. 다른 물가에도 파급이 불가피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6~8월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언급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의 추가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최악의 경우, '임금인상, 경기악화'로 인플레 악순환 고리에 접어들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 카드를 내놓았고 할당관세 확대, 지방공공요금 동결 추진 등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세가 국제유가 급등, 주요국 곡물 수출금지 등 대외요인에 상당부문 기인한 것이어서 추가 물가안정책을 도출하는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 유류세 인하에도 체감도 낮아
한전이 소폭이 나마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6%대 물가를 언급한 것은 상승압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만약 6월 소비자물가 6%를 넘긴다면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최악의 인플레인 셈이다.

정부는 공급 측면, 특히 대외 부문이 초래하는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최대한 내놓고 있다.

문제는 체감도가 낮다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확대한다. 이럴 경우 30% 인하로 리터(L)당 573원까지 내려간 유류세는 추가로 57원이 더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급등한 국제유가 탓에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되레 상승세다.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2132.38원, 경유는 2151.02원이다. 전국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2020년 1381.39원, 2021년 1590.56원이었다. 경유는 각각 1189.65원, 1391.40원이었다. 유류세 인하 체감효과가 미미하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거진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봄 가뭄 등 기상 이변으로 열무, 양파, 감자 등 농산물 가격도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식당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외식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고물가 지속에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 고심 중이다. 추 부총리도 "해외 유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 곡물가가 생산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가 (물가 대응 정책을) 체감하기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물가안정 우수 지방자치단체에는 특별교부세를 비롯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 지 여부에 대한 점검도 확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에서 불공정행위가 이뤄지지 않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주유업계에 대한 현장점검도 강화한다.

■ 한전 적자구조, 인상에도 '악화일로'
3·4분기부터 전기료가 킬로와트시(kwh)당 5원 인상되지만 한전 적자 구조는 악화일로다. 5원 올려도 한전의 연간 적자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올 1·4분기 7조7869억원 적자(영업손실)에 이어 2·4분기도 7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예상됐다. KB증권 정혜정 연구원은 한전이 2·4분기 매출액 14조3000억원(전분기대비 -13.4%), 영업손실 마이너스(-)6조9000억원, 당기순손실 -5조600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의 전력판매단가는 올 2·4분기부터 기준연료비 상승분 kwh 당 4.9원이 반영돼 전년동기대비 6.8%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연료비가 크게 올라 전력조달단가는 88.7% 급등한 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전은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7월 시행해 비용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지만, 민간발전사 반발로 지연되는 상황이다. 민간발전사 반발이 이어지면 SMP 도입이 계속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수준에 따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은 20조~3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전이 회생하기 위해 글로벌 에너지값 하락,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다. 하지만 에너지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가격 상승, 고물가 등 글로벌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단기간 성사되기 어렵다.

한전은 지난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자회사 지분, 부동산, 해외 자산 매각 등 6조원의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산업부에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제한폭을 분기당(kwh 당) 3원에서 5원으로 상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SK증권 정 연구원은 "국내 물가상승률 우려가 확대되면서 한전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은 연내 어려울 것"이라며 "SMP 상한제 도입 등 개선조치가 나와도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