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당시 제기됐던 '사전투표 조작설' 유포자, 2심서 무죄
제8회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 둔 지난 5월 26일 울산 남구청 6층 대강당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기표소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1대 총선 당시 일각에서 제기됐던 '사전투표 조작설'은 허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다만 선거 제도에 관한 비판적 의견에 대해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며 유포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강경표·원종찬·정총령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투표하지 말라"며 선동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사전투표용지에 식별번호가 무작위로 부여돼있고 사전투표함을 본드로 고정시켜 '표 바꿔치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된 QR코드 일련번호는 각 투표용지에 부여되는 고유한 번호로, 무작위가 아니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별'로 순차적인 일련번호가 부여된다"고 판단했다.
사전투표함을 본드로 고정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전투표함은 12개의 철핀으로 고정돼 있어 '플라스틱 틀과 행낭을 본드 내지 유사 접착제로 결합한다'는 A씨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거제도에 관한 비판적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오히려 선고제도와 선거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선거제도에 관해 비판적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다소 과장되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선거인들에게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그에 대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선거제도 및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막아 선거제도의 신뢰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적 토론의 기회를 봉쇄하고, 이에 따라 오히려 선거제도 및 그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A씨 무죄는 확정됐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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