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정훈의 교수팀, 나노섬모 제작기술 개발
자석원리 응용 나노미터급 입자 최대 54개 연결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학과 정훈의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실린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표지. 바닥에 있는 흰색은 니켈 금속이며 그 위에는 자성 나노 입자가 쌓여 인공 섬모가 만들어졌다.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짚신벌레의 가는 털처럼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 입자를 하나씩 쌓아 인공섬모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지름이 373나노미터인 입자를 54개까지 쌓아올렸다. 만들어진 인공 섬모에 기름 같은 올레산을 코팅해 베어링 없이도 매끄럽게 미끄러지면서 움직인다.
정훈의 교수는 29일 "이 인공섬모는 몸 안에 투입 가능한 나노 로봇,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초미세 구동 장치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모는 액체 속에도 움직임이 자유롭고, 작은 외부 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코나 폐의 섬모가 하늘하늘 흔들려 액체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불순물 밀어내거나 짚신벌레가 섬모를 노 젓듯 움직여 이동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까지 섬모구조를 만드는 방식은 몰딩을 이용한 방식이 대부분이며, 이는 소형화에 한계가 있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학과 정훈의 교수팀이 니켈 금속 조각위에 나노미터급 입자를 쌓아 인공섬모를 만들었다. UNIST 제공
연구진은 인공섬모를 만드는데 자기력을 이용했다. 먼저 섬모 가닥을 돋아나게 하고 싶은 위치에 니켈 금속 조각을 배열한다. 그 위에서 자성 나노입자를 흩뿌려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다. 니켈 주변에 형성된 강력한 자기력이 자성 나노입자를 잡아당기는 원리다. 정교하게 설계된 자기력 덕분에 나노 입자가 알아서 원하는 형태로 조립하는 것이다.
이 합성법은 수직 방향으로만 자성 나노입자가 쌓일 수 있도록 나노입자를 에어로졸(액체방울) 상태로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에어로졸에 자성 나노입자를 가둬 미리 설계된 자기력 외에 다른 외부 힘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 액체는 날라 가면서 증발된다. 이를 통해 나노크기의 입자를 최대 54개까지 쌓았다.
연구진은 "가로와 세로의 비율인 종횡비가 50 이상으로, 이제껏 합성된 인공 섬모 중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나노 스케일에서 매우 얇으면서도 높게 쌓아 구조물을 만드는 공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만든 섬모 구조는 나노 조종장치, 소프트로봇. 나노 액츄에이터로 응용이 가능하며, 나노스케일에서 제시된 구동 메커니즘은 차세대 나노 액츄에이터 제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지난 16일자로 출판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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