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부동산 매물 보지도 않고, 투자 진행
엔저, 경기회복 기대감 속에 '선행 투자'
호텔, 일반 맨션 투자 붐
일본 도쿄 야경. 파이낸셜뉴스DB
지난 23일 태국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일본 관광을 위해 출국에 나선 태국인들 모습.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최근 관광 재개 분위기 속에 '엔저 바람'이 가세하면서 중국·홍콩 등 해외투자가들의 일본 부동산 쇼핑이 두드러지고 있다. 호텔, 고급 여관 등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도쿄·오사카·삿포로 등의 맨션(한국의 아파트 격)투자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홍콩, 상하이 등지에서는 엔저(달러당 엔화가치 하락)가 심화 여파로 일본 부동산 투자 문의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로 일본 현지 방문이 어렵자, 온라인 영상으로 도쿄, 삿포로 등지의 맨션 투자 물건을 확인한 후, 적정 매물이다 싶으면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엔저로 사실상의 가격 할인이 이뤄진데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직전의 선행투자라는 점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교토의 호텔, 고급 여관, 별장 등으로도 해외 자금이 돌기시작했다. 이날 교토신문은 중화권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일본 부동산 정보 어플리케이션인 '신교뵤산'을 열면 수천만엔에서 1억엔이 넘는 교토 시내 매물들이 즐비하다고 보도했다. 주요 매도자는 중국의 3040대들이다. 이들 역시,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대출없이 전액 일괄 지불하곤 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화권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 등 대도시에 비해 일본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보고, 장기 운용 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미국 투자펀드 그룹, 싱가포르 펀드까지 일본 호텔 매입에 나섰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 2월 세이부 홀딩스의 호텔, 스키장 등 총 31개 시설을 약 1500억엔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오다큐 전철이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 및 인근 오피스 빌딩 입찰에는 현재 복수의 외자계 펀드들의 입질이 한창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JLL은 올해 일본 호텔 매매 거래액이 전년대비 20%증가한 25억 달러가 될 것으로 시산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의 저렴한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사실상 물가가 오르지 않은데다 엔저까지 더해지면서 '싼 일본'이 됐다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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