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박용진 등 당권출마 선언
친문은 불출마… 李 출마 저울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강병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대명'이란 예상에 맞서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재선 의원들이 속속 당권도전에 나서고 있다.
6월 29일 강병원 의원을 시작으로, 6월30일에는 박용진 의원은 "어대명이라는 체념을 박용진이란 기대감으로 바꾸겠다"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강훈식 의원은 이미 출마를 공식화했고 박주민 의원은 막판 고심 중이다.
86세대이자 범친문계 이인영·전해철·홍영표 의원이 길을 터주면서 '97세대 기수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이재명 의원측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선 97세대 '양강'(강병원·강훈식), '양박'(박용진·박주민) 중 3명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전당대회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어대명이라는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민주당"이라며 당의 전면 혁신을 내걸었다. 지난주 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통해 당 내 '혁신 열망'을 확인하고, 86세대 이인영·전해철·홍영표 의원들이 길을 터주면서 출마를 결심했다는 전언이다.
7월 3일에는 강훈식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다. 당초 '이재명 대 친문계' 구도가 점쳐졌지만, 86세대 친문계가 2선으로 후퇴하면서 97세대 기수론이 힘을 받는 형국이다.
당 대표를 준비했던 친문계 핵심 전해철 의원의 불출마를 시작으로, 중진 홍영표 의원도 불출마를 결정했다. 86그룹 핵심 이인영 의원은 97세대 의원들과 '세대 교체론'에 힘을 실으며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를 선언한 97세대 의원들은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한편, '이재명 대 97세대' 구도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은 원톱이면서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최고의 선발투수 선동열 투수가 매일 경기에 나오면 구단을 위해서도, 응원하는 많은 팬들에게도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선발투수' 이 의원이 지금 당 전면에 등장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역동성을 만들기 위해 97세대 후보간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단일화를 통한 '이재명 대 97세대' 양자대결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이재명 의원은 '로키'(low-key) 행보로 여론 탐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룰이 정해지기까지(7월 11~12일) 시간이 있는 만큼 당 안팎 여론을 조금 더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당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해왔다.
이 의원 측에서도 '출마를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의원실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의원은 대선과 지선 이후 당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입장 표명이 없던 이 의원 측에서 '결심은 굳힌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의원도 SNS를 통해 정부여당에 "민생 문제를 챙겨야 할 때"라고 쓴소리를 했을 뿐,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당내에선 이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불출마 압력이 커지는 만큼 전면 등판을 미룰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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