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친구 보험사기단
고등학교 막 졸업한 친구 네 명
보험설계사 주축으로 사기 꾸며
채팅서 만난 여성 보험 가입시켜
수령인 본인 지정한뒤 살인미수
앞서 친구 실족사 계획하기도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고 했던가. 옛말에 나쁜 친구와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나쁜 친구를 따라 감옥 간 사건이 있다. A씨는 친구 3명과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또래 여성을 살해하려다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범행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으로 19세에 불과했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주범인 A씨는 징역 20년에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았고 공범 B씨는 징역 15년, 공범 C씨는 징역 5년, D씨는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보험설계사로 일한 A씨는 지난 2021년 친구들과 보험사기를 모의했다. 이들은 고교 동창생이었다.
남자친구 역할을 맡은 B씨는 SNS 채팅으로 만난 여성 E씨에게 지난해 10월 9일 "사귄 지 50일 기념 여행을 가자"며 전남 화순군 북면의 한 펜션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펜션 진입로 숲길에 이벤트로 선물을 숨겨 놓았다"고 E씨를 속인 뒤 으슥한 숲길에 혼자 다녀올 것을 요구했다.
당시 장소에는 '괴한 역할'의 A씨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E씨가 가까이 다가오자 A씨는 흉기를 휘둘렀다. 이에 피해 여성은 크게 다쳤다. 하지만 A씨가 사용한 싸구려 흉기의 손잡이가 부러지는 바람에 E씨는 목숨은 부지하고 도망칠 수 있었다. 도망치면서 E씨는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러 펜션 주인과 손님들이 발견하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당시 이들을 데리고 도망치기 위해 운전 역할을 맡은 C씨는 차량 바퀴에 구멍이 나 현장에 오지 못했다.
범행에 실패한 A씨는 펜션에 있던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실패했으니 나를 데리러 오라"고 요청했다. 이에 B씨가 숨어있던 A씨를 태우고 주거지인 순천으로 도주했다.
이들은 E씨 명의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를 공모했다. A씨가 전반적인 계획을 세웠고 B씨가 E씨를 사망 보험(5억원)에 가입시키고 수령인을 자신으로 지정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은 이번 범행에 앞서 6월에 공범인 D씨를 대상으로 살인을 계획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사기를 같이 공모했어도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였다.
지난해 4∼5월 고등학교 동창이자 보험사기를 함께했던 F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뒤 D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상해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이들은 F씨에게 "등산하다가 굴렀다고 하고 보험금을 받아 나누자. 사촌 형이 의사인데 최대한 안 다치게 하고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속인 뒤 순천의 야산을 답사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F씨가 잠적하면서 범행은 실패했다.
이후에는 공범이던 D씨를 실족사로 위장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보험사기 일당 중 C씨가 D씨와 연인인 것처럼 위장해 두 사람 모두 사망보험에 가입해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혼인신고 직전 D씨가 계획을 알게 돼 범행이 무산됐다. 그러자 D씨를 보험금을 받으면 함께 나누자고 회유하며 이번 범행에 가담시키켰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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