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갔어도 건조물 침입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저녁 한 PC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이용 중인 여성 2명이 있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가 테이블 밑으로 이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간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PC방을 찾기 직전에는 인근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성에게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성기를 보이는 공연음란 행위도 했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 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연음란 혐의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건조물 침입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합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이 판례에 따르면 PC방이 위치한 건물 관리자는 A씨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것 만으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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