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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南 원전, 北 핵폭탄

[구본영 칼럼] 南 원전, 北 핵폭탄
원자력발전도, 핵폭탄도 우라늄이 원료다. 같은 물질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고, 대량살상무기로도 사용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한반도에서 남북의 궤적은 크게 엇갈렸다. 남한은 전자, 즉 평화적 이용에 주력한 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매달리면서다.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1956년. 미국의 전기전문가 워커 시슬러 박사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원전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로 세계 최빈국인 한국이었다. 하지만 이승만은 거금 38만달러를 들여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들여오기로 결단했다. 1948년 5월 14일 남한이 쓰던 전기의 70%를 공급하던 북한의 단전조치를 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 무렵 북한 김일성 수상도 소련의 오브닌스크 원전 준공식에 초대받았다. 1956년 소련의 지원으로 연구용 원자로도 설치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남북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박정희 정부는 원전 입국의 초석을 놓았다. 반면 김씨 3대 세습정권은 몰래 핵무기 개발로 내달렸다.

그래서 남북의 명암이 교차했다. 북한의 전력 생산량은 2020년 기준 239억㎾로, 남한의 4.3%에 그쳤다. 북한 정권이 전기 대신 핵에 매달렸음을 가리키는 단면도다. 그러니 같은 해 남의 1인당 국민소득(3만1719달러)도 북의 27배에 달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남북의 위상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차이만큼 벌어졌다. 우라늄 농축과 6차례 핵실험으로 북한은 불량국가로 낙인 찍혔다. 반면 한국은 평화적 핵 이용의 모범국가란 평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이를 잘 보여준 무대였다.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골칫거리였지만, 원전 세일즈엔 청신호가 켜지면서다. 폴란드 등 다수 유럽국이 한국형 원전에 관심을 표명했다.

이는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원전 강국의 위업은 이승만·박정희 정부가 세운 토대에서 역대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달린 성과여서다. 진보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원전의 효용성은 인정했다.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료 혜택으로 산업화·정보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음을 말이다.

그런 역사적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는 돌연변이였다. 임기 초반 북은 핵실험에다 3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그런데도 2019년 8월 국회에서 문 정권 특유의 유전자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현 정부 들어 몇 차례 (북)핵실험이 있었느냐"는 '우문'에 "한 번도 없었다"(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는 '우답'이 나왔다. 김정은과 평화 쇼에 올인하느라 정신줄을 놓고 연출한 '봉숭아 학당'이었다.

백번 양보해 문 정부가 안전성을 걱정해 탈원전 깃발을 들었다 치자. 다만 원전보다 수천·수만배 위험한 북핵엔 눈감다시피 했으니…. 특히 2018년 남북정상회담 후 산업부의 '북한 원전 지원 보고서'도 공개됐다. '탈원전 정부'로선 괴이한 행보였다.

물론 원전인들 무결점 에너지는 아니다.
탄소배출은 재생에너지 등 여느 에너지원보다 적지만 사용 후 폐기물 처리 등이 문제다. 그렇다면 전력다소비가 특징인 4차 산업혁명기에 윤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이념에 사로잡힌 문 정부의 과속 탈원전과 선을 긋고 과학과 실용에 기반한 에너지 대계를 세울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