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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흡연에 칼부림… 갈등 풀 대책 없나

층간소음·흡연 민원 해마다 급증
경비원에 흡연 제재 권한 줬지만
조사보다 금연 안내방송에 그쳐
권고 형태의 법개정 실효성 의문

최근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 및 흡연 문제가 이웃 간 폭행 등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등 시행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층간소음·흡연 민원 증가세

7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1676건으로 2020년(1568건)보다 증가했다. 올해 5월 말까지 집계된 민원만 887건에 달한다. 추이대로라면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담배 냄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도 역시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각 지자체에 접수된 공동주택 내 간접흡연 민원은 256건으로 전년도(2019년) 114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문제는 층간소음이나 흡연이 이웃 간 물리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 1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층간 소음을 이유로 자신의 집 위층에 사는 80대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서 40대 남성 A씨가 '아랫집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는 이유로 아래층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B씨를 찾아가 "다 같이 죽자"며 흉기로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법 개정만으론 역부족

정부에서는 법으로 갈등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8월부터 시행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대표적이다. 공동주택 시공 후 바닥충격음 성능을 측정해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보완 시공 등 시정 조치를 권고하는 제도다.

다만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신규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권고' 형태로 이뤄져 있어 큰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2일 열린 층간소음 분쟁 현황 및 대책방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건축 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에 대한 보완 시공은 건축 구조상 쉽지 않을 수 있어 사업주 측에서 손해 배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한 바 있다.

층간흡연과 관련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공동주택 입주자가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아파트 경비원이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 등 아파트 관리주체는 실내흡연이 의심되는 세대 내 확인 조사를 벌일 수 있다. 문제는 사실상 '을'의 위치에 놓인 아파트 경비직 노동자가 세대 내부 조사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광주 지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빛고을경비원연합회 관계자는 "입주민은 '갑'이고 경비원은 '을'이기 때문에 조사 권한이 있더라도 세대 내부 확인은 꿈도 못 꾼다"며 "내부에서 비롯된 냄새인 만큼 발생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원이 지속될 때에는 주변 이웃 세대들을 일일이 방문해 문 앞에서 짧게 조사하거나, 금연 안내 방송을 하는 것에 그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분쟁의 경우 공동주택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에서 층간소음 분쟁 조정 등을 맡고 있지만 신청 이후 담당 공무원이 현장으로 오기까지 최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며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 확대를 통해 소음 문제에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